새치기

나를 위해

by 밀크씨슬

소녀는 사과를 사러 갔다.

마트에서 조용히 줄을 서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슬쩍 앞에 끼어들었다.

기다림은 조금 늘었지만, 괜히 기분이 나빴다.

사소한 일이지만 손해 본 것 같았고, 말은 못 하고 그냥 참았다.

집에 돌아와 그 일을 야옹에게 털어놓았다.

야옹은 말했다.

“그 아주머니, 뭔가 급한 사정이 있었던 걸지도 몰라.”

소녀는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야옹은 되물었다.

“아닌 건 네가 어떻게 알아?”

소녀는 입을 다물었다.

괜히 더 기분이 언짢아졌다.

야옹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누가 밉고 억울할 땐, 그 사람 편을 한 번 들어보려고 해봐.

신기하게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라.”

소녀는 생각에 잠겼다.

그 말이 전혀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진짜로 급했을 수도 있었고, 괜히 상상이라도 해보는 게 미워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그 아주머니에게 잠깐의 사정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하고 나니, 그때의 짜증이 어느새 가라앉았다.

그리고, 오늘 산 사과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벌레든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