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자린고비 석주임 - 4
석주임은 독립을 미루고 부모님과 함께 거주한다. 교통비는 아버지 회사에서 복지로 지급한 월 10만 원 한도 교통카드를 쓰고, 헬스장도 이사 가기 전까지는 아파트 공용 헬스장을 사용했다. 지금은 주변에서 가장 저렴한 월 5만 원 헬스장을 이용한다. 그마저도 12개월 선불로 하면 월 3만 원대 수준이다. 핸드폰 요금은 알뜰폰 1만 원대 요금제를 사용한다. 요새는 어디 가나 와이파이가 다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동 중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OTT는 가족들과 같이 쓰거나 그렇지 않은 건 크게 관심두지 않는다. 유튜브 광고도 잘 '활용'하는 편이다. 동영상 시청 중에 광고가 나오면 몰입감이 떨어지곤 하는데 그는 종종 그 타이밍을 노려서 동영상 시청을 중지하곤 한다. 말하자면 중독감지 센서 같은 거다. 그래서 광고가 나오는 게 오히려 좋다.
그는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카페나 외식을 하는 경우도 없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지인들과 약속이 있고 배달은 주 1회 정도 부모님이 안 계신날 만 시켜 먹는다. 취미생활은 게임, 운동, 달리기. 그나마 게임은 무료게임만 플레이한다. 현질 따위는 일절 하지 않는다. 이러면 수입의 10%로도 충분히 지낼만하다. 하지만 입사를 하면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지출이 하나 있다. 이게 복병이라면 복병이다.
그 복병은 바로 경조비다. 인간관계가 넓지 않으니 친구 등으로는 잘 발생하지 않지만 회사 내 경조사 알림은 큰 스트레스다.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석주임을 잘 아는 팀원들은 같이 가자고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경조비를 얼마 낼 것인지 꼭 묻는다. 이런 질문을 가끔은 실수로라도 빼먹어 줬으면 하는 석주임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지대리다. 지대리는 모든 경조사, 특히 결혼식에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석주임은 조사는 챙겨도 경사는 신경 써주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물론 정말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결혼식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본인이 결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결혼식 자체가 그다지 즐거운 이벤트가 아니다. 선배들로부터 들은 준비 과정도 그렇고,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 외에도 갖은 신경 쓸 일만 잔뜩 생기는 불필요한 이벤트이다. 만약 결혼할 때 결혼식을 패스할 수만 있다면 꼭 그렇게 하고 싶다고 석주임은 생각한다.
그 외에도 결혼식 참석이 부담스러워지는데 한몫하는 건 요새 올랐다는 결혼식 식대이다. 결혼식 뷔페는 맛있지만 5만 원이 넘을 정도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못해도 축의금은 10만 원 이상을 건네는 게 도리다. 10만 원이면 석주임이 실제로 사용하는 생활비의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래서 불편한 이벤트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마음은 전달할 수 있는 축의금 금액인 5만 원을 지대리에게 건넨다. 조사를 잘 챙기게 된 건 김 과장을 만나고부터이다.
급여에서 상조회비가 차감되어 지급되는 것도 나름 억울하다. 몇만 원 하지 않는 금액이라도 적금으로 부으면 작은 적금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참아준다. 그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참 좋다. 특히 김 과장은 그가 살면서 본적 없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인격자'라는 말은 그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그를 존중해 주는 분위기다. 이런 인간관계와 좋은 분위기가 그를 이곳에 정착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