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자였던 것

ep2 자린고비 석주임 - 5

by 밀크씨슬

그런 석주임에 요즘 한 명이 눈에 띈다. 그는 얼마 전 옆부서에 입사한 최인턴이다.

최인턴은 같은 원칙주의자 느낌이었다. 하지만 좀 더 MZ에 가까운 원칙주의자다. 자기가 유리한 원칙은 철저히 지키고, 불리한 원칙은 적극적으로 어기진 않았지만 회피할 수 있으면 은근슬쩍 회피하곤 했다. 석주임은 그 모습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석주임에게 직접적으로 해가 되는 행동은 하나도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 타인에 관심이 없는 석주임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어쩌면 살면서 처음일지도 모른다. 나와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불쾌한 감정이 들까? 석주임은 생각했다.


속을 터놓을 수 있는 김 과장과 '사람은 언제 타인을 미워하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 김 과장의 답변은 이랬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두 가지 단계가 있는데, 첫 번째 단계는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그 심리가 만들어진 배경을 알게 되는 거야." 석주임은 지금 첫 번째 단계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단계에 도달한 눈으로 볼 때 그는 지나친 이기주의자고 회사의 방침이나 주변상황을 자기 유리한쪽으로만 해석하려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탐욕스러운 심리를 알게 되자 최인턴의 행동 하나하나가 불쾌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말투, 무언가 실수했을 때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듯한 행동, 음식 앞에서 은연중에 튀어나오는 식탐 등. 주로 불쾌한 포인트는 석주임이 과거의 자신에게서 혐오스러워했던 행동들이었다. 그는 그 행동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는지 깨닫게 된 다음 그것들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신경 써서 고쳐나갔었다. 최인턴의 행동에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석주임은 남모를 혐오감을 느꼈다. 그 행동을 하는 심리까지 자연스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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