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협상가 지대리2
원래 플랜은 당위를 설명한다. 첫 번째, 물가가 3% 올랐는데 급여가 그대로라면 실제로는 연봉이 깎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 번째, 작년에 비해 매출액도 순이익도 올랐는데 급여가 안 오르는 건 불합리하다. 세 번째, 근로계약서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하는 직원들. 네 번째, 이런 식이면 올해 이탈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칭찬을 해줬다.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지대리 같은 직원이 있어서 사회가 발전하는 거라고 격려를 해줬다. 그러나 지대리는 이 플랜을 진지하게 피드백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는 걸 잘 안다. 바로 김 과장이다. 김 과장은 확신의 T다.
그리고 이상하게 사측을 편드는 스탠스를 취할 때가 많다. 혹시나 낙하산이나 핏줄이 아닐까 의심을 해봤으나 그냥 나보다 몇 년 먼저 입사했을 뿐인 일반직원이었다. 그래도 트러블메이커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상대가 어떻게 느낄지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선공감 후 피드백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은 제련된 T라고 생각한다. 그의 비판은 거북하지 않고 오히려 내 생각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지대리가 코치로 김 과장을 선택한 이유이다.
코치 김 과장은 '정말 좋은 작전이고 옳은 말이야. 용기를 내준 것에 나도 감사해. 내 생각을 조금 덧붙이자면...'으로 피드백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심상무는 생각보다 강적이다. 자기도 가끔 얘기를 하다 보면 벽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논리보다는 감정을 먼저 흔드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김 과장의 플랜은 이렇다. 첫 번째, 심상무가 진급했어야 마땅했음을 어필한다. 아저씨들은 원래 그런데 약하다. 수십 년 근무하면서 그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직원은 몇 되지 않았을 거다. 하물며 그 말을 하는 게 자기 딸보다도 어린 여직원이라면! 감동으로 심상무라는 통곡의 벽에 균열을 낸다. 그리고 정말 어려운 부탁이지만 한 번이라도 대표님을 설득해 달라고 간곡히 청한다. 그럼 최소한 직원들의 뜻을 대표에게 전달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 신이 난 지대리와 달리 김 과장은 크게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어차피 뜻을 이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지대리는 김 과장의 의중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한 대화 플랜이 훨씬 가능성 있고 뛰어나다는 것은 변함없었다.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김 과장은 항상 거의 정답에 가까운 길을 알고 있는 거지?' 지대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 계획을 다른 직원들과 공유했을 때 지대리는 이 수정된 플랜이 자기 생각이라고 직원들에게 얘기했다. 이건 김 과장의 뜻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