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Ep3 협상가 지대리3

by 밀크씨슬

김 과장은 이런 부분에서 이상했다. 꼭 어둠 속에 숨어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박쥐 같았다. 행동거지는 박쥐 같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배신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으니까. 그의 철학은 항상 윈윈이었다. 한쪽만 이기는 전쟁을 원치 않았다. 감정이 앞서는 대화도 원치 않았다. 어떤 협상도 대화도 반드시 서로 하나씩 얻어 갈 것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의 조언은 항상 사이다는 되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 들었을 땐 고구마에 가깝다. 말투나 어조, 분위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을만한 메세지. 하지만 이렇게 상대가 느낄 것을 알기에 더욱 말을 예쁘게 하려 조심하는 듯했다. 말하자면 '포장'을 정말 한땀한땀 정성들여 한 한약같은 느낌이다. 그는 어지간해선 조언을 메세지로 하지 않는듯 했다.


아무튼 이 '수정플랜'이 지대리 아이디어라고 밝히길 바란 김 과장이나 이를 말하는 지대리나 서로에게 나쁠 것 없는 일종의 '거래'였다. 지대리는 스타성을 얻고 김 과장은 내키지 않는 이 일에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더 일이 쉽게 풀렸다. 지대리의 플랜은 주효했다. 심상무가 감동을 받아서 마음을 연 것이다. 이렇게 어린 직원도 나를 인정해 준다니 위아래로 존경받는 임원이라고 더욱 확신한 듯하다. 이 존경심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대표에게 민감한 사안에 대해 여쭈어 보겠다 약속을 했다. '남자란 나이가 들어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그대로인 어린아이인지도 모르겠다.'라고 지대리는 생각했다.


다만 심상무가 신이 난 나머지 대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자기가 지대리를 얼마나 아끼는지 크게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떠들어 대는 탓에 지대리는 오전 업무시간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도 썩 나쁘지 않다. 회의실에서 체류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밖에서 이 면담의 결과를 궁금해하는 직원들의 궁금증과 불안감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 궁금증과 불안감이 커질수록 면담이 끝난 후의 지대리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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