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생활 어떻니?"
아이는 회전의자에 거의 누울 듯 앉아 심드렁하게 답한다.
"개밥에 도토리 신세예요."
아이와 의사 선생님의 대화가 끝나고 우리 부부와 대화가 시작된다.
남편과 나는 오늘 학교에 있었던 일들을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하며 해결방법을 갈구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혹시 ADHD 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아스퍼거라든지..."
의사 선생님께서는 작년 검사 결과로는 그 정돈 아니었던 거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셨다.
결국 다음 예약일까지 추가로 약을 먹어보기로 한다.
아이는 오늘 그토록 마주하기 싫었던 모습을 학교에서 표출하고 말았다.
점심쯤 아이가 바닥에 울면서 누워 있다고 상담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점심도 먹으러 가지 않고 아무리 상담실에 가자고 해도 요지부동이란다.
결국 아이의 떼를 학교에서 꺾기 위해 상담 선생님께서 끝까지 해보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 한 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울린 전화기.
나는 진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이는 그 선을 넘어 버렸고(너무 참담해서 차마 기록하지 못한다) 나는 영혼이 나간 채로 아이가 있는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의 처참한 모습에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이미 집에서 울고 온 덕인지 겨우 울음을 참았다.
뒷수습을 하고 상담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아이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고 담임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갑자기 나가버린 아이를 선생님이 교실로 데리고 오고 나서 이 사달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월요일에도 아이는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생겨 마음대로 쉬는 시간에 상담실에 갔었다(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오라고 해서 갔다고 한다).
교실에 돌아온 후에도 모둠 활동을 거부해 혼자 따로 의자에 앉아 있었으나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이때 상황을 개밥에 도토리로 표현한 듯하다).
그때부터 또 떼를 쓰며 집에 가겠다 해서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었다.
이런 일로 쉽게 집에 가게 되면 버릇이 될 것 같아 아이가 스스로 진정되도록 부탁드렸고 화요일은 무난히 지나갔었다.
월요일에 놀이치료에서도 떼를 써 계속 혼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요일에 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폭탄급의 일들이.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일찍 퇴근한 남편과 그 길로 예약일도 아닌데 병원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그 후로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건너면 안 되는 강을 건넌 느낌.
예전 카페에서 본 글들이 생각났다.
나의 오만함을 신이 벌하기 위해서인가.
반에 있는 금쪽이들이 너무 힘들었고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오만함?
나름 모범생으로 살아온 내 인생에는 내 아이도 분명 그럴 거라고 믿어버린 오만함?
하지만 내 삶도 쉽지 않았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적성에 맞지 않은 사회생활까지.
불행이라면 이미 충분히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아이가 금쪽이가 되어버렸다.
교사를 부모로 둔 내 아이가.
신은 나를 버렸나 보다.
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