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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flow Aug 15. 2024

포기하지 않는 마음

집에서 키우는 오렌지재스민은 내게 특별한 식물이다. 지난해 가을, 멀리 있는 SNS 친구가 보내주면서 그 식물과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큰 상자 안에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보낸 친구의 살가운 마음이 느껴져서 나는 꼭 튼튼히 잘 키우고 싶었다. 겨울로 접어들며 추워지는 날씨에도 찬바람을 피하고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도록 각별히 돌봤다.

그런데도 여린 잎들은 성장을 멈추고, 점점 시들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몇몇 다른 식물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데, 오렌지재스민은 생각보다 예민한 식물인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는지 한참 몸살을 앓고 있었다. 나는 혹여나 살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몇 달 동안 꾸준히 햇빛과 물, 영양제를 챙겨가며 정성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때부터 잎이 점점 푸르름을 찾더니 봄이 되자 꽃을 피우며 다시 살아났다. 환하게 핀 작고 예쁜 흰 꽃과 진한 향기에 나는 눈시울이 찡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배우는데 많이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잘하는 학생들은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둘을 이해하는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두세 번 반복하며 설명해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이럴 때 나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내가 포기하면 안 된다, 새롭게 다시 해보자 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몇 번이고 이해할 때까지 눈높이를 맞춰가며 설명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

시들어가는 식물에 끝까지 정성을 쏟으며 돌보면 꽃을 피우며 되살아나듯이,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마음은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오렌지재스민은 사랑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어쩌면 내가 아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오렌지재스민도 내가 그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겨우내 애정을 보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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