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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flow Dec 01. 2024

넘헌테는 잡초여도 내헌테는 꽃인게

잡초와 꽃의 경계


예쁜 그림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잔잔한 농촌의 풍경을 수묵화처럼 담아낸 그림들은, 소란스러웠던 생각의 물결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다.


그림책은 사유의 여백이 넉넉하다. 글밥은 적지만 그 빈틈을 독자의 마음으로 채워 완성하는 책이다. 열 명이 읽으면 열 가지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림책의 가장 큰 묘미다.


책 속에서 어린 손자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는 왜 맨날 풀만 뽑아?"

손자의 투정에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다 때가 있응게. 지금은 뽑을 때야."


잡초는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꾼이다. 제때 뽑아내지 않으면 뿌리가 깊어져 제거하기 어려워지고, 주변 작물에도 해를 끼친다. 하지만 한 번 뽑아낸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비가 오고 햇볕이 들면 또 자라난다. 삶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의 밭에도 잡초 같은 생각들이 자라난다. 후회와 걱정, 두려움과 미움 같은 감정들이 우리의 마음을 짓누른다. 그럴 때 우리는 과감히 뽑아내야 한다. 잡초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건 안 뽑아요?" 손자는 강아지풀을 가리키며 묻는다.

"네 눈엔 잡초겠지만, 할미헌텐 늘 반겨주는 울 강아지 닮은 꽃이니께."


할머니의 대답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누군가에겐 쓸모없고 방해가 되는 존재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의미가 될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렇게 사람마다 다르고, 그 다름이 세상을 더 풍요롭게 한다.


잡초와 꽃의 경계는 결국 마음이 결정한다.

삶의 잡초를 뽑아내며 마음의 밭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이 그림책은 우리가 그 소중한 시선을 잃지 말기를, 때로는 잡초처럼 여겨지는 것들 속에서도 꽃을 발견하기를 다정히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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