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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Mar 24. 2024

성모의 일생 3

요셉과의 혼인(약혼)


3. Consegna delle Verghe 막대 배달 (막대 뽑기)



3번과 4번 그림의 이야기는 성전에 맡겨진 마리아의 신랑감을 찾는 기도 의식을 그린 것이다. 당시 성전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결혼 적령기에 다다른 젊은이들의 배우자를 선발하여 맺어주는 도 하였다. 배우자는 신성한 의식을 거쳐 선발하였는데, 청년 후보자들이 각자 자신이 마련하여 들고 온 막대(나뭇가지)를 대사제에게 전달하여 기도를 올리면 선택된 이의 막대에 꽃이 피었다.  



후보자 청년들이 대사제에게 막대를 전달하고 있다. 설렘과 기대로 볼이 발그레한 젊은이들 뒤로 불안과 초조함으로 눈꼬리가 한껏 아래로 처진 요셉의 얼굴은 흰 수염으로 뒤덮여 더욱 젊은이들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사원을 꾸민 아라베스크 문양들이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데 단지 배경일 뿐인 요소들조차 조토는 허투루 그리지 않았다. 벽화는 회벽이 마르기 전에 재빨리 그려야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벽화들은 그림의 중심 내용만을 부각하고 배경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단순화시킨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조토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다.

  




4. Preghiera di Giuseppe e dei giovani al tempio 성전에서 요셉과 젊은이들의 기도



후보자들이 제출한 막대를 제대 위에 올려놓고 향을 피워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다. 요셉은 이 장면에서도 젊은이들에게 앞자리를 내어주고 맨 뒤로 밀려나 있다.  



하늘(천장)에서 손의 형상이 나타나 선택된 이의 막대를 축복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요아킴과 안나'의 이야기 중에 『4. Sacrificio di Gioacchino 요아킴의 기도』에서도 쓰였다.





5. Nozze di Maria e Giuseppe 마리아와 요셉의 결혼식



성경에는 마리아의 '결혼'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없지만 '약혼'이야기는 짧게 전해지는데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났다. 그 잉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요셉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주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의 천사가 일러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1장 18-20,24절)』라고 기록하면서 약혼은 명시하였지만 혼인식 여부는 드러내지 않고 그냥 아내로 맞아들였다는 표현만 있다.  

 '루카 복음서'는 『그 무렵에 로마 황제 아우구스토가 온 천하에 호구 조사령을 내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등록을 하러 저마다 본고장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요셉은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러 갔는데 그때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그들이 베들레헴에 가 머물러 있는 동안 마리아는 달이 차서드디어 첫아들을 낳았다. 여관에는 그들이 머무를 방이 없었기 때문에 아기는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 (2장 1, 3, 5-7절)』라고 기록하면서 예수가 태어난 시점까지도 마리아가 약혼자 신분이었음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 원어의 그림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결혼이지만 성경의 기록에 따라 약혼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서약의 반지를 마리아의 손에 끼우는 장면인데 요셉은 신랑의 표지로 오른손에는 반지를 왼손에는 하느님의 축복으로 흰 백합꽃을 피운 막대를 들고 있다. 하느님의 거룩한 영이 비둘기의 형상으로 꽃 위에 내려앉아 이들의 서약과 함께한다. 마리아는 손에 반지가 끼워지는 이 중요한 순간에 다른 한 손으로 임신한 배를 감싸 안으며 태중의 아들 예수를 받아들이고 지키겠다는 결심을 드러낸다.



여기서 재미있는 표현이 있는데 이들의 서약을 지켜보는 청년들 중에 후보에서 떨어진 분풀이로 배우자 뽑기에 제출했던 막대를 무릎으로 부러트리는 이가 있다.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눈가에 그늘이 지고 턱에 주름이 잡혔다.





6. Corteo Nuziale di Maria 마리아의 결혼 행렬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를 한 후 며칠 뒤에 서둘러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하여 석 달가량 함께 지내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루카 1장 39-56절)고 하는데 이 그림이 바로 마리아가 엘리사벳 집에서 머물다가 요셉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그림에 요셉은 등장하지 않지만 마리아를 환영하는 악사들이 나발과 같은 관악기를 불고 바이올린과 비슷한 현악기를 켜고 있다.

요셉은  발코니 밖으로 커다란 나뭇잎을 내걸고 집 안팎을 분주히 오가며 마리아를 맞이하는데 무언가 부족함은 없는지 살피고 또 살피며 두 손과 발에 쉴 틈이 없을 것이다. 높이 걸린 나뭇잎은 녹색의 싱그러움으로 생명을 뜻하기도 하고 또 귀한 이를 향한 환영의 뜻이다. 이는 올리브 가지나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흔들거나 길에 깔아 왕이나 개선장군의 승리를 환호하였던 전통이다.



마리아는 임신으로 부른 배를 사람들 앞에서 가리기 위해 옷자락을 앞으로 살짝 들어 올리고 길을 걷는다. 당시는 혼인하지 않은 처녀가 임신을 하면 '모세 법'에 따라 돌로 쳐죽이는 (요한 8장 5절) 시대였기 때문이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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