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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Apr 07. 2024

예수의 탄생 2

공현(公顯)


1. Natività di Gesù 예수의 탄생  


예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루카 복음서(2,1-20)를 통해 전해진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칙령으로 모든 이들이 본적지(시조가 난 곳, 본향)로 이동하여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시리아 총독으로 퀴리니우스가 있을 때에 실시되었다고 한다. 다윗 집안의 자손인 요셉은 만삭인 마리아를 데리고 나자렛을 떠나 베들레헴으로 올라갔는데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해산 날이 되어 아들을 낳았다. 모든 이들이 호적 등록을 위해 동시에 이동하던 터라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그 고장의 들에는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는데 천사가 나타나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 그리스도가 태어났음을 전했다. 천사의 기쁜 소식에 목자들은 서둘러 베들레헴으로 가 아기를 보고,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천사들의 시선이 하늘과 아기를 번갈아 향하며 하늘에 계신 하느님과 아기 예수를 찬미하고 있다.



막 해산을 한 마리아가 누운 채로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받아 들고 있다. 이로써 마리아는 성모(聖母)가 되었지만 마냥 기뻐하거나 감격스러운 표정이 아니다. 순탄치 않은 앞 날에 대한 복선인 듯이 마리아의 얼굴에는 굳은 결심이 어려있다.



제 구유를 차지하고 누운 아기를 노여움도 없이 소와 나귀가 바라보고 있고, 구원자를 찾아온 목동들의 시선도 아기를 향하는데 오직 아기를 향하지 않은 이는 요셉뿐이다. 늘그막에 얻은 자식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지만... 제 핏줄이 아님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까? 의로운 이로 묘사되는 그이니 자손에 대한 인간적인 섭섭함보다 긴 여정으로 인한 육체적 노고와 빈 여관을 찾기 위해 애썼을 정신적 피로무사한 출산과 동시에  한꺼번에 긴장 확 풀린 것은 아니었을까? 안도의 한숨으로 주저앉은 요셉은 턱을 괴고 앞날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2. Adorazione dei Magi 동방 박사의 경배


동방 박사들의 방문은 마태오 복음서(2,1-12)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이 장면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은데

동방 박사들이 누구인지는 그들이 직접 자신을 소개하는 이야기에서 유추할 수 있다.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그들은 기록된 옛 예언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늘의 별을 관측했던 이들로, 경배 예물로 귀한 보물인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지참할 만큼 권력과 재력을 갖춘 이들이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그들은 예수를 유다인이 임금이라 말했지만, 그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를 한 이 사건으로 인하여 예수가 단지 유다인들의 구원자일 뿐만 아니라 이방인 즉 이교도를 포함한 전 인류의 구원자임이 공표되었다.



마태오 복음서는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라고 동방 박사들의 심경을 나타냈는데, 조토는 그림에서 이들의 기쁨을 웃는 낙타로 표현하였다. 이가 드러나게 입을 벌리고, 두 귀는 너무나 좋은 나머지 머리 뒤로 납작하게 누웠다.

특이한 표현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하늘의 별이다. 동방에서부터 박사들을 이끈 별을 조토는 하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별로 그린 것이 아니라, 꼬리가 달린 혜성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는 예수의 탄생이 붙박이별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출현하는 혜성처럼 절대적 존재의 특별한 사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사들은 각각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다. 동방 박사 세 사람을 삼왕(三王)이라 부르며 이들의 신분을 왕으로 나타내기도 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왕 중의 왕, 모든 이들의 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들의 이름은 가스팔(Gaspar), 멜키올(Melchior), 발다살(Balthasar)로, 성경에 이들의 연령대가 나오지는 않지만 그림에서는 노년 · 중년 · 청년으로 그려졌다. 이는 모든 세대에 걸쳐 만인의 경배를 받은 아기 예수의 권위를 표현한 것이다.

동방 박사가 가지고 온 세 가지 선물 중 황금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로 변치 않는 영원한 왕권을 나타내고, 유향은 하늘에 지내는 제사에 쓰이는 것으로 그리스도의 신성을 나타내며, 몰약은 사람의 장례식에 쓰이는 것으로 인성을 상징한다. 즉 온 인류의 왕이신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아들로 신성을 갖추었으나 인간으로 태어나 수난하고 죽음으로 구세사의 마지막 희생양이 되어 이후로는 더 이상의 희생, 피 흘림 없이 오로지 유향과 빵, 포도주의 미사성제만 있을 것임말하는 것이다.



셋 중 연장자인 가스팔이 왕관을 벗어 땅에 내려놓고 무릎 꿇어 아기 예수를 가장 먼저 알현하고 있다.

아기 예수가 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의연하게 이들의 경배를 받고 있는 중에 이들이 가지고 온 보물을 하늘의 천사가 들고 있다. 이는 곧 이들의 경배를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도 즐겨 받으셨다는 의미다.





스크로베니 경당에 딱 들어서면 사방이 그림으로 가득 차있는 광경에 깜짝 놀라게 되는데, 공간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그림들을 마주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토는 관람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몇 가지 장치들을 그림 속에 넣어 두었는데 바로 안정적인 구도와 통일된 색감이다. 조토는 관람자들이 그림에서 편안함을 찾을 수 있도록 삼각 구도를 주로 사용하였다. 전체적인 큰 삼각 틀 안에 작은 삼각들을 배치하는 형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 위에 구도를 표시해 보았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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