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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Apr 28. 2024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활 2

공생활의 시작과 첫 기적


1. Cristo tra i Dottori nel Tempio 성전의 박사들 사이에 있는 그리스도


예수의 유년시절과 소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는 루카 복음서(2, 40~52)가 유일하다. 내용도 특별할 것 없이 매우 짧은데 유년시절은 딱 한 문장이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이렇듯 예수의 성장 과정에 대하여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는 것은 그의 어린 시절이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낳는다.


유년기를 지나 소년이 된 예수에 대한 일화 하나가 전해지는데 파스카 축제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루카 복음서에 따르면 요셉과 마리아는 파스카 축제를 지내기 위해 해마다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파스카는 이스라엘의 대축제로 이른 봄에 어린 짐승을 잡아 제사를 지내며 한 해의 번성과 평안을 기원하던 전통이 그 유래이다. 이후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출애굽)하면서 파스카는 해방을 기념하는 큰 축제로 거듭났다.


예수가 열두 살이 되던 해에도 파스카 축제의 관습에 따라 일가 모두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는데, 축제 기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를 그만 잃어버렸다. 일행 중에 있으려니 여기며 하룻길을 갔지만 친척들과 친지들 사이에 예수는 없었고, 사흘이나 찾아 헤맨 끝에 성전에 있는 예수를 찾았다. 예수는 율법 교사들 가운데 앉아 그들과 토론 중이었는데 예수의 슬기로움에 모두들 경탄을 했다고 한다.



척박한 이스라엘의 땅에서 녹색의 잎은 생명을 뜻한다. 그림 속 성전은 파스카 축제에 맞춰 생명력 가득하게 싱그러운 잎들을 엮어서 아름다운 장식을 했다. 



조토는 배경이 된 벽에도 창과 문양을 그려 넣었다. 조토 이전의 벽화들은 배경을 생략하거나 단순화했는데, 회벽이 마르기 전에 재빨리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프레스코화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림을 완성하기 전에 석회 반죽이 마르면 벽을 긁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는 고된 작업에도 아랑곳없이 배경을 정교하게 그려 넣은 그림을 보고 당시 사람들은 그저 놀랄 뿐이었다.



성전의 내부 공간은 사다리꼴로 그려졌는데 등변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한쪽의 길이가 길다. 복음서는 율법 교사들 가운데에 예수가 앉아서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묻기도 하였다고 전하는데, 조토는 이 상황을 예수를 중심으로 균형을 맞춰 교사들을 좌우 5명씩 배석시켜 그렸다. 하지만 예수를 찾아온 요셉과 마리아의 등장으로 대칭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에 조토는 인물의 수가 많은 쪽이 상대적으로 답답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부 공간을 비대칭으로 분할한 것이다.



예수를 향해 쭉 뻗은 손이 요셉과 마리아의 애타는 마음을 대변한다.



놀란 부모의 마음과 상반되게 예수는 손짓까지 더하며 토론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예수를 중심으로 좌우에 배석한 율법 교사들의 반응이 정확하게 둘로 나뉘는데 한쪽은 미동도 없이 예수의 말에 몰입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고 손짓을 하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다. 이렇게 정적인 모습과 동적인 모습을 구분 지은 것은 그림이 혼란스럽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열띤 토론의 분위기와 교사들의 경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조토의 장치이다.





2. Battesimo di Cristo 그리스도의 세례


공생활(公生活)이란 예수가 가정을 떠나 공적으로 복음 선포를 시작한 이후의 생활을 말하는데, 대부분 예수가 요르단 강에서 그의 사촌인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것을 그 시작으로 본다. 이 시점이 가진 의미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세 공관복음 모두가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복음서는 공통으로(마태 3, 13-17 / 마르 1,9-11 / 루카 3,21-22) 『 하늘에서 하느님의 영(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내려오면서 예수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전한다. 조토는 이 부분에서 비둘기 형상을 과감히 포기했는데, 하늘에서 들려온 말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품에 안은 책 또한 말씀을 상징한다.



세례의 현장에서 천사들이 감격에 찬 표정으로 예수의 옷을 들고 있다.

마태오(3장 4절)와 마르코(1장 6절) 복음서에서는 요한을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고 묘사하는데 그림에서도 요한이 털로 된 옷을 입었다.



예수의 볼이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다. 그리스도의 사명이 시작된 것이다.





3. Nozze di Cana 카나의 결혼식


카나의 혼인 잔치는 요한 복음서(2, 1-11)가 전하는 이야기이다.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손님들을 초대한 흥겨운 잔치에 그만 포도주가 떨어지고 말았다. 마리아가 예수에게 “포도주가 없구나.” 하자 예수는 아직 자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 말하면서도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명하고,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표징을 일으켰다. 첫 기적이다.



인물들의 배치를 보면 혼인의 주인공인 신부가 정중앙에 자리하고 그 옆에 마리아가 있다. 예수는 식탁 끝에 자리했는데 예수 옆의 청년이 혼인의 또 다른 주인공인 신랑이다. 신랑 신부와 초대된 손님들이 식탁에 앉아 있고 시중을 드는 이들은 서서 손님들을 응대한다.



잔칫상 위에는 빵과 고기, 포도주를 담은 잔이 놓여 있는데 시종이 식탁 앞에서 작은 칼로 음식을 썰어 부지런히 접대를 한다.



식탁을 덮은 백색 식탁보의 무늬가 정교하다.



혼인식을 올린 신부의 손가락에 '사랑과 신의'의 표지로 끼워진 결혼반지가 선명하다.



손님에게 제공된 잔보다 서너 배는 족히 큰 잔으로 포도주를 맛보는 이는 아마도 술을 담당하는 관리인일 것이다. 큰 잔치에 술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큰일이 났다 싶어 걱정했는데 물 항아리에 포도주가 가득한 것에 깜짝 놀라 그 맛을 보고 있다. 불룩한 배를 보면 평소에 그가 술을 얼마나 자주 또 많이 마시는지 알 수가 있다.



그의 팔을 꼭 붙들고 있는 이는 누가 봐도 딱 그의 아들이다. 얼굴이 붕어빵처럼 닮았다.



손님이 아닌 잔치를 주관하는 혼주 쪽 사람들이 꽃으로 만든 화관으로 머리를 장식한 것도 매우 흥미로운 모습이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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