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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Jul 14. 2024

미덕 3


4. Virtù – Giustizia  정의


정의란 합당한 것을 말한다. 기울어짐 없는 평균과 분배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게 하는 기본 도리이자 가치이다. 구약에 나오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동태 복수 또한 과잉 보복과 형벌을 금지하는 율법으로 공정(公正)을 말하는 것이었다. 후에 정의는 모든 불공정에 맞서는 개념으로 거짓이나 억압, 수탈로부터의 해방을 포함하게 되었다.



왕관을 쓴 여인이 양손에 둥근 접시 모양의 저울판을 들고 앉아 선악을 판별하고 있다. 공정과 공평을 위하여 두 눈은 판결받는 이를 향하지 않는다.



저울판 위에 올라가 있는 이는 천사이다. 공정한 판결은 이미 내려졌고, 천사가 선고에 따른 집행을 하는 것이다. 선행을 한 이에게는 월계관이 씌워지고 있고, 악행을 저지른 이에게는 벌이 내려지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자에 앉아 상을 받는 선인과 땅바닥에 무릎이 꿇린 채 결박당해 있는 악인의 상반신이 심하게 훼손되어 그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에 따른 자연스러운 손상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얼굴이 지워진 것으로 보인다.





5. Virtù – Fede  신앙(믿음)


신앙은 곧 믿음을 말하는 것으로 절대자 창조주를 향한다. 그리고 그 신앙의 목적은 바로 구원이다.



여인이 신앙의 대상이 되는 말씀과 교리를 상징하는 두루마리와 신앙의 목적이 되는 구원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들고 있다.



허리끈에는 열쇠가 달렸는데(노란 동그라미 표시), 당시의 열쇠는 크기가 매우 커서 청지기들은 맡은 열쇠를 허리에 매달거나 어깨에 메고 다녔다.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기에 믿을 수 있는 이에게만 그 일이 주어졌다. 열쇠가 곧 믿음의 상징인 것이다. 그런데 입고 있는 옷이 군데군데 찢어지고(파란 네모 표시) 해졌다. 믿음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아래에는 나동그라진 조각상과 책이 있는데 이는 이교도들이 숭배하는 것이다.  신앙이란 '믿는 마음'만이 아니라 '따르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우상을 깨뜨리고 점술책을 짓밟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신앙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6. Virtù – Carità  자선


자선은 남을 불쌍히 여겨 돕는 것으로 그리스도교적인 사랑의 직접적인 실천이자 회개의 형식 중 하나이다. 자비(慈悲)와 자애(慈愛)가 포함된 개념으로 하늘로부터 받은 모든 은총과 용서를 본받아 이웃 사랑으로 되돌려 갚는 실행인 것이다.



여인이 들고 있는 바구니에는 온갖 열매와 곡식,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데 하늘로부터 받은 풍요로운 사랑을 의미한다. 손에 직접 전달되는 것은 꽃봉오리 모양의 심장으로 자세히 보면 동맥이 보인다.



심장은 마음을 비유한 것으로 사랑과 동정의 원천이 곧 하늘이라 말하는 것이다. 발아래에도 빵과 곡식 자루가 가득 놓여 있어 하늘로부터 거저 받은  모든 것들을  또한 이웃들에게 거저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7. Virtù – Speranza  희망


존재하는 여러 덕들 가운데 인간이 하늘로부터 얻는 덕을 특별히 신덕(信德), 망덕(望德), 애덕(愛德)이라고 하는데 희망은 망덕에 해당한다. 역경을 이겨내고 절망을 극복하게 하는 희망은 구원을 포기하지 않기에 죄악에 빠진 이들에게 회개할 용기를 준다.



하늘로부터 하사되는 영광스러운 왕관을 받기 위해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조토는 희망으로 나타냈다. 왕은 인간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위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것처럼 구원을 통한 영원한 생명, 곧 천상복락이 믿는 이들의 최종 단계라는 것을 말한다. 솟아오르는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하늘 위 중력이 없는 공간을 나타냈는지 모르겠지만 묶은 머리가 중력을 거슬러 다른 방향으로 뻗친 모습이 흥미롭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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