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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Jul 07. 2024

미덕 2

신중함, 의지, 절제


1. Virtù – Prudenza  신중함


 전통적으로 교회는 덕(德, virtue) 이성(理性)에 따른 좋은 행동이라 가르쳤다. 종교적 덕행으로는 신앙, 희망, 사랑이 있으며 도덕적 덕행으로 예지, 절제. 정의, 용기가 있는데 신중함은 예지(叡智, Prudence)의 덕행이다,  사려 깊고 성숙된 생각으로 모든 일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한다.  

 


그림을 보면 여인이 책상에 반듯이 앉아 거울을 들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고 있다. 어쩌면 일기를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인이 들고 있는 거울은 '도덕의 거울'로 자신의 삶을 사회적 윤리관에 비추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신중함의 덕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기록을 남긴다. 기록이 갖는 의미는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좋은 행실에 습관을 들여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2. Virtù – Fortezza  불굴의 의지


불굴의 의지는 강한 의지를 일컫는 것으로, 의지를 굳세게 하는 것이 바로 용기이다. 의지를 약하게 만드는 것들에 당당히 맞서 꿋꿋함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그림 속 여인커다란 방패와 무기를 들었다.



몸 전체를 방어할 수 있는 커다란 방패에는 용맹한 사자가 조각되어 있다. 두르고 있는 망토 자락도 가슴과 허리에 단단하게 매듭을 지어 놓아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머리에 쓴 투구도 자세히 보면 일반 투구가 아닌 사자의 머리이다.



만약 이 그림이 조토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르네상스가 화려하게 꽃피던 때의 어느 화가가가 그렸다면 어땠을까? 분명 이렇듯 투박하면서 현실감 있는 인물로 표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르네상스는 인체를 완벽한 비율로 군살 없이 매끈하고 탄탄한 근육으로 감쌌다. 그야말로 조각 같은 몸매와 얼굴이 되는 것이다. 넋을 잃고 바라보게 하는 아름다움은 사실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인물의 묘사에서는 조토의 그림이 르네상스보다 더  인간적이고 사실에 가깝다.


3. Virtù – Temperanza  절제


절제는 욕망을 조절하거나 억제하는 덕으로 현재의 어려움과 고통을 참는 인내를 말한다. 슬픔을 이겨내고 좌절을 극복하며 분노를 표하지 않는 것이 곧 인내인 것이다.



단순히 칼을 들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에 재갈을 물고서 칼을 동여매고 있다.

재갈은 말을 하지 못하도록 입에 물리는 물건으로 불만이나 고통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표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칼은 사용하려고 손에 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칼집에서 빼지 못하도록 단단한 가죽 벨트로 붙들어 맨다. 분노의 칼날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 인내는 결국 참고 견뎌야 하는 내적 고통을 수반하기에 여인의 눈이 슬프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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