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여정에서

계속될 이야기

by 은섬


황무지에서 물을 얻기 위해서는 땅을 파야한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처음부터 맑은 물이 차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흙탕물이 차오르면 걷어내고 또 걷어내는 수고의 시간을 견뎌야 점점 맑은 물이 차오를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 그랬어야 했다. 메마른 마음의 황무지에서 흙탕물 같은 감정이 차오르면 덜어내고 또 덜어내며 슬픔이 가라앉고 상처가 낫기를 끈기 있게 기다리고 바랐어야 했지만 용기가 없는 나는 스스로의 감정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나에게서 도망쳤다. 그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 때면 휴가를 내고 또 다른 도피처를 찾아 길을 떠났다. 그렇게 마음을 버리고 나를 잃어버린 세월에 반짝반짝 빛나던 젊음도 사그라들고 재능도, 총기도, 에너지도 모든 것이 퇴색되었다.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결국 자신의 몫이고 책임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스스로 모질게 끊어냈던 세상 모든 것과의 관계와 소통을 회복하고 싶다. 그 소통의 통로로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들을 쓰면서 마음속 짐들을 얼마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은 그저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며 나 자신을 다독이는 것, 인생이 결코 길지 않음을 기억하며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는 것, 그리고 내가 나로 산다는 것, 인생의 여정에서 아직 계속될 나의 이야기에 스스로 귀 기울여 경청하는 것, 뒤늦게나마 나는 그런 삶을 살기로 했다.


어려움이 사라지거나 극복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나는 혼자이고,

엄마와 5분 이상 대화가 불편하며,

아버지의 인생에는 내가 없다.

새치염색을 해야 하나 머리칼을 들춰보는 나이가 되었고,

직장에서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하지만

그 어려움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조금은 내 마음을 먼저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자신을 조금만 더 사랑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지지 않을까?

오늘도 혼자인 당신께 따듯한 안부인사를 건네며...

힘과 용기를 내본다.


바다를 닮은 호수_캄보디아 톤레삽



[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신다면 ]


끝머리에 조심스레 당부의 말씀을 올립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는 책임과 위험이 따릅니다. 타지에서는 모든 것이 계획했던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많은 현지인들, 혹은 현지에서 만나는 한인들, 우리와 같은 전 세계 여행자들은 대부분 기꺼이 당신을 돕고 친절을 베풀겠지만 그중에는 친절을 가장한 위험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소매치기나 바가지 택시요금과 같이 비교적 가벼운 위험에서부터 사고나 질병, 최악의 상황까지 말입니다. 최악의 상황이라 함은 너무나 끔찍하지만 납치나 테러, 죽음일 수 있으며 그 모든 상황은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국제관계에 중대한 외교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친절을 가장하였기에 진짜와 가짜를 쉽게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홀로 여행을 떠나신다면 부디 자신의 안전을 살피는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제 글을 읽어주신 당신께 ]


오랜 세월 금기어처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나 자신조차 되짚어 복기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홀로 세상을 방황하며 느꼈던 정제되지 못한 단상들을 읽어주신 당신께 진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공감을 떠나서 그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는 것만으로 제게 위로가, 용기가, 힘이 되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글에 눌러주신 라이킷은 격려라 생각합니다. 격려해 주신 작가님의 글은 모두 찾아가 읽었습니다. 발행 글이 많은 작가님의 글들은 두고두고 빼놓지 않고 다 읽겠습니다. 그리고 브런치 독자이신 분들 또한 브런치 작가님으로 만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담아 구독 버튼을 눌렀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이 언젠가 브런치 작가님으로 글을 발행하실 때 제가 제일 먼저 찾아가 소중히 또 기쁘게 읽겠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몇 마디의 말로 대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또 그리 쉽게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감사인 것 같기도 합니다. 찾아가 글을 읽고, 구독하는 것으로나마 저의 마음을 표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그리고 독자분들이 나눠주신 생각에 저는 오늘도 이렇게 또 다른 세상을, 관계를, 삶을 배우고 반추합니다.


늦었지만, 늦은 만큼

마음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또다시 마음을 잃는다 해도

잃어버린 마음자리 바로 그곳에서

나의 마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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