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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규 11시간전

은퇴 추억

창업의 배경

공무원 정년이 60세입니다. 공무원은 정년이 길기로 유명한데, 아무리 정년이 긴 공무원도 결국 60세에는 집으로 가야 합니다. 개인 기업체는 40대 후반~50대 초반에 은퇴를 맞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2차례 은퇴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인생살이 사이사이 직장을 옮긴 적은 몇 차례 됩니다. 그러나 이 때는 은퇴라기보다는 '직장이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전하려고 시작했는데, 그게 은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내게는 그런 불행이 50대 말까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은퇴는 59세  때였습니다. 구청 감사담당관 8년 차 되던 해였죠. 정년인 60세까지 1년 연장되기를 내심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인사권자는 연장해주지 않았습니다. 60세까지 근무하면 덜 억울할 것 같은데, 1년을 못 채운 게 내심 아쉬웠습니다. 할 일 못 끝내고 팽개쳐진 사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황무지에 버려진 듯했습니다.


직장을 떠난 후 1년 여 다른 직장을 찾았습니다. 1년을 마저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채용되었습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지역구 보좌관 업무는 쉽지 않았습니다. 민원이 끝없이 밀려들었습니다. 퇴근 후에도 전화 오고, 휴일에도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정치인은 동네 민원을 처리해줘 봐야 고맙다는 소리 못 듣습니다.


"내가 표 찍어줘서 정치인으로 생색내는 것이니 오히려 유권자에게 고마워해야지".

"일 잘하는 사람 많아. 그 정도밖에 못 할 바에는 다음에는 국물도 없어"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민원인들은 정치인을 대합니다. 자기 일 부탁하는 데도 당당합니다. 그런 거 생각하면 허망합니다. 정치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 사업이라는 생각입니다.


민원이 많은 건 참을만합니다. 약자를 돕는 경우에는 보람도 있습니다. 세상에 일이 많아서 그만두고 싶은 직장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람 관계가 마음 상처가 됩니다. 61세나 되었는데,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았습니다. 보좌관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남을 빛내주는 역할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보좌관 3번 하면서 남 밑에서 살았는데, 아직도 이렇게 살아야 되나?'

'이제는 그만해도 되는 거 아닌가.'

'60세 넘도록 남의 비서 생활이나 하기에는 나에게 미안하다'


59세 때 은퇴 위기 때에는 공무원 정년인 60세까지 채우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더라고요. 61세에도 일을 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 서럽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우니, 은퇴가 은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래서는 오래 근무할 수 없는 노릇. 결국 61세 때인 10월경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은퇴시점인 61세 그 당시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끔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복잡한 감정이었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면 '서러움'이었습니다. 한 번도 인생의 주인공이지 못한 자의 서러움, 남의 비서생활로 인생을 마감하는 자의 애환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 밑에 들어가지 말자. 평생 충분히 남 밑에서 기죽고 살았다.'

'이미 나이 많이 먹었지만, 앞으로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61세 때 밤에 하던 생각과 각오였습니다.


은퇴 후 행정사, 직업소개업 창업으로 인생의 방향을 잡은 배경에 관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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