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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민 Jan 06. 2022

꿈 좀 그만 꿨으면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깨자마자 기억이 사라져도 꿈을 꾼 건 안다.

또렷하게 기억나거나 말끔히 지워졌거나.

어찌 되었건 꾸긴 매일 꾼다. 꿈을.


그 중에 가장 많이 꾸는 건 사람들 많은 곳에서 나체로 돌아다니는 꿈이다. (하도 많이 꿔서 꿈해몽을 찾아보니 망신살을 뻗칠 일이 생길 수 있단다)

그다음은 쓰나미에 쫓기는 꿈, 좀비에 쫓기는 꿈,, 우리 강아지가 집 나가는 꿈,,,등의 순이다.


30대 초반까지는 침대에 누울 때가 제일 행복했고 잠드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다. 눕기만 하면 10분 내로 잠이 들었고 깨면 아침이었다. 꿈을 꿔도 좋았고 안 꾸는 경우도 많았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만들었던 근심이(걱정)이라는 캐릭터로 주변인들이 다 징그럽다고 했다. 불안과 근심을 상징하는 나뭇가지가 정수리에서 계속 솟아난다.




어느 순간 잠이 들기가 어려워졌다. 천정을 보며 눈을 깜빡일 때마다 잡생각은 배로 불어났고 활발히 세포분열을 하던 그것들은 겨우 잠이 들면 기어이 꿈으로까지 찾아와 괴롭힌다.


조물주는 왜 내 머릿속 안에 고약한 임차인들을 많이 만들어두셨을까. 다른 면에서는 그리 단순한 나인데. 사공이 너무 많은 나의 머릿속은 매일매일 험한 산으로 가기 바쁘다.


내 감정은 자주 방전되는 싸구려 배터리 같다.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어쩌고..

'자존감 높이기 기술 19가지' 어쩌고..

그런 자기 계발서를 아무리 읽고 좋은 영화와 음악을 들어도 그 순간뿐이다. 


좋은 영양분의 식재료들은 몸에서 좋은 일이라도 실컷 하고 똥으로 나오는데 왜 내 머릿속의 생각들은 처음부터 똥 같을까. 좋은 생각과 마음 조종하기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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