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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민 Jan 14. 2022

생각의 꼬꼬무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이름 : 근심이

머리 속에서 자란 작은 묘목은 가지를 뻗으며 나이테가 제법 두꺼워졌다.


매일 잔가지를 상하좌우로 뻗고 있는 생각나무지만 종종 풍성한 잎과 향긋한 과일이 열리는 시즌도 있다. 다만 잎사귀는 언제 바스라질지 모르고 예쁜 색의 과일은 영글기도 전에 떨어져버려 다시 근심만 가득 품은 딱딱한 가지들만 남는다. 


평생 1분 1초도 안쉬고 내 옆에 붙어있는 잡생각들.

생각나무의 뿌리는 이미 저어기 새끼 발톱 끝까지 내리뻗어 내 몸과 마음을 잠식한 듯 하다. 이쯤이면 누군가가 나에게 귀가 아닌 눈알 뒤 어디선가 계속 말을 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불안함 불안함  불안함 

잡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 앞뒤없는 불안함이 아닐까. 어디서 온지 모를 당찬 불안감은 미래, 계획, 가족, 건강 등 무슨 대상이든 개의치 않고 마구 습격한다.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내 강아지와의 산책 길은 요즈음의 유일한 명상이자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지만 불안감은 여기에도 있다. 있는 힘껏 악력을 가해 리드줄을 잡아도 찰나의 방심으로 이 줄을 놓칠까봐. 내 눈앞에서 로드킬을 당할까봐 저 귀여운 엉덩이를 보며 나는 전전긍긍한다. 






잡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마음 속 깊은 동굴이 있으면 좋겠다. 슬픔이 기쁨이가 스틱을 조종하는 감정통제실 대신 아무런 생각과 감정의 동요가 없는 고요의 순간과 같은.




그럼 그 고요함을 못버티고 또 호다닥 튀어나와 나에게 말걸어주는 잡생각마저도 고마워할테지. 


밉상이다 나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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