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마음 내려놓기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누구나 상당한 기대를 품고 또 각오도 하게 마련입니다. 열심히 합니다. 초반부터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성과도 냅니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도 받을 테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나오는 구간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똑같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예전처럼 바로바로 실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정체 구간에 진입하는 거지요.
이럴 때 사람은 의아해 하다가 결국은 지치고 주저앉게 됩니다. 그냥 그렇게 주저앉은 상태로 조금 쉬다가 다시 일어서면 될 텐데, 대부분 그리 하지 않습니다. 고개를 빼 좌우로 살피며 "다른 좋은 건 뭐 없나" 다른 세상을 엿보는 거지요. 그러면서 결국은 "저게 훨씬 낫겠다!" 휙 돌아섭니다.
지난 10년간 "더 좋은 걸" 찾아 발길 돌리는 사람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그런 이들의 공통점이 있지요. 새로 옮긴 그 곳에서도 결국 적응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정착하지 못합니다.
조급한 성미도 문제이고요. 끈기 있게 묵묵히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도 문제입니다. 인내심이 부족하면 다 뿌려놓은 씨앗이 땅 위로 솟아오를 때까지 기다리질 못하는 겁니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렇게 조급한 마음으로 당장의 성과를 바라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게 되는 광고를 보면요. 마케팅이란 것이 얼마나 치밀하고 정교하게 진행 되고 있는가 알 수 있습니다. 사람 정신을 쏘옥 빼놓을 만큼 현란하고, 그 문구가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흔히 "어그로 끈다"고 하지요. 저게 사실일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음이 흔들리고 맙니다.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없으면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매일 씨앗을 뿌리는 정성과 기다림의 지혜와 자기 확신. 이 세 가지를 갖춰야만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래 전, 보험 영업을 한 적 있습니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한 명 있었는데요. 남대문 시장에서부터 태평로 주변 회사 돌아다니면서 매일 명함 돌리고 대화 나누며 정성 쏟았거든요. 6개월 넘게 열심히 활동했는데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니까 실망하는 모습 역력했습니다. 주식 해야겠다며 회사 떠났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도 비슷한 사람 있습니다. 수업도 열심히 듣고, 글도 꾸준하게 쓰던 사람인데요. 어느 순간 '돈 되는 일' 만났다며 다 때려치우고 훌쩍 떠났습니다.
6개월 동안 열심히 활동한 자신의 노력. 매일 꾸준히 강의 듣고 글도 썼던 정성. 이런 것들이 과연 한 순간에 등을 돌릴 만큼 아무것도 아닌 걸까요? 그들은 말하겠지요. 더 좋은 기회가 왔을 때는 과감하게 떠나야 한다고 말이죠. 주식 해야겠다며 회사 떠난 후배와 돈 되는 기회 만나러 떠난 작가. 두 사람 다 지금 전혀 다른 일 새로 매달리며 생고생 하고 있습니다.
직업을 바꾸거나 회사 옮기는 걸 지적하려는 게 아닙니다.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는 조급한 성미를 염려하는 것이죠. 무슨 일이든 "시간+노력"이라는 공식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이들은 한결같이 "참고 견디고 기다린" 사람들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참지 못하고 견디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뜻이지요.
"더 좋아 보이는" 일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은 참으로 바보 같습니다. 세상에는 항상 "더 좋아 보이는" 일이 존재하게 마련이거든요. 결국 어떤 일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실을 세상이 다 아는데, 정작 본인만 깨닫지 못하니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빨리, 많이" 돈을 벌겠다는 욕심으로 사업 벌였다가 인생 통째로 날렸습니다. 그 시절 저를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흐릅니다. 전과자 파산자가 되어 막노동 하면서 살았던 때를 돌아보면, 부모 가슴에 못 박고 처자식한테 못할 짓 한 것 같아 죽을 때까지 무거운 가슴 안고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되지요.
누구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과를 빨리 내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하지만, 무슨 일이든 일정한 시간 동안 노력하고 기다려야 결과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법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 성질 급한 농부가 벼를 빨리 자라게 하고 싶은 생각에 모종을 손으로 다 뽑아 올렸다는 얘기가 있지요. 다음 날 논에 가 보니 벼가 다 죽어 있었습니다. 조급한 성미가 일을 그르친다는 얘기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언가를 급하게 하려고 들면 반드시 망치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저도 성미가 불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빨리 성과를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렇게 빠르게 살던 제 삶이 어느 순간 멈췄지요.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갇히니까, 세상 시간이 딱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빨리빨리"만을 외치면서 살던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정지 상태가 되어버리니까, 제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초조했는지 말도 못합니다. 한동안 손발 부들부들 떨면서 밤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지요. 무려 1년 6개월이란 시간을 멈춰 있었는데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전까지 저는 제가 멈추면 세상이 멸망할 줄 알았거든요. 빨리 성과를 내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씨앗을 뿌리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순리에 맞게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 가져야 합니다.
일주일만에 책 한 권을 쓰고, 열흘만에 10킬로그램을 빼고, 한 달만에 수억을 벌고.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허황된 망상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무슨 깊이가 있으며, 그렇게 뺀 살은 도로아미 될 것이고, 빨리 번 돈은 빨리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꾸역꾸역"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작가의 정의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꾸역꾸역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정도입니다. 성과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살다가 10년쯤 지난 후에 돌아보니, 어느 새 아홉 권의 책을 출간했고 626명의 작가를 배출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성과입니다. 만약 제가 조급한 마음으로 발 동동 구르며 살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과 절대 못 냈을 겁니다.
삶의 시간이 한정 되어 있으니, 무슨 일이든 서둘러 결과를 내어야 성공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조급함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한 번 돌아보길 바랍니다. 느긋하고 여유 있게 하루하루 살아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었는가. 글쎄요. 아마 그런 사람 드물 겁니다.
헬스클럽 가서 근육 만들겠다고 일주일 동안 마구 운동을 한다 해도 몸에는 별 변화가 없지요.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운동하여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만 살도 빠지고 근육도 붙습니다.
"시간이 없다, 급하다"라고 외치는 사람들 특징 중 하나는, 자꾸만 미래를 바라본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간은 항상 충분합니다. 조급하게 서두를 게 아니라, 주어진 지금을 최대한 온전히 누리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합니다.
당장은 아무 성과나 변화 없는 것 같아도, 그 일을 시작하고 계속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지요? 오늘의 한 걸음이 모여 결국 정상을 정복할 겁니다. 마음이 급해질 때마다 크게 심호흡 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