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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휴식터 Nov 16. 2022

J인 저는 다이어리를 쓰지 않습니다.

나를 나태하게 만드는 다이어리

요새는 MBTI가 어딜 가도 유행이다. 초면에 누굴 만나든 서로 MBTI를 공유하는 건 이젠 당연한 인사.

MBTI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이건 추후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MBTI는 J가 포함되어 있는 ISFJ이다. 

그러나 사실 나의 MBTI는 조금 특별하게도 어느 쪽으로 치우쳐진 곳이 많이 없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습관인 나는 어떤 상황에선 어떻게 행동한다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지 않다'를 선뜻 고르는 게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줏대 없는 사람..)

따라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하자면 나는 극단적 J(계획을 철저히 세우며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는)가 아닌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J에 가깝기 때문에 다이어리를 쓰거나 하루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는 편이긴 하다.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할 땐 당장 내일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을 다이어리에 옮겨 적었다. 그런데, 내가 세운 계획이 착착 잘 시행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어떠한 불가피한 이유로 인해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기곤 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나머지 단추들을 잘 꿰듯, 나의 계획에 첫 단추가 무너지는 날에는 나머지 계획들 또한 우르르 무너지곤 했다. 처음의 계획이 틀어졌다면, 나머지 모든 계획들은 시도조차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계획적으로 살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리 쓰기가 단지 처음의 계획이 틀어졌단 이유로 나를 더 게으르게 만들고 있었다.


다이어트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공부는 오후 12시부터 등등 우리 인간들은 습관적으로 해야 할 일을 미루곤 하며,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월요일이나 정각과 같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첫 단추에 위치시킨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할 일을 시작할 때, 애매하게 시작하는 것보단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시실 이러한 생각은 오히려 독이 되곤 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월요일부터 하기로 했지만 그날 다이어트에 실패한다면 또 그 계획은 내일 혹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로도 미뤄질 것이고, 오후 12시에 시작하려 했던 공부도 오후 12시에서 10분만 지나가도 1시로 미뤄버린다.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당장 시작해야 한다. 다음 주부터 시작한다고, 12시부터 시작한다고 우리의 더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도 아니다. 계획을 성공시키는 요인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끝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이어트는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시작해야 하며, 해야 하는 과제는 정각에서 13분이 지났음에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오후 2시 12분 이 글을 다 쓴 나는 지금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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