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As always

by 한결


정민님은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거 같아요?



회사 동기들과의 송년회. 이미 두 번이나 약속을 파토를 낸 상황이라 타의로 끌려가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가기 싫은 이유는 분명했다. 그저 집에서 조용히 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과 이성에 대한 얼굴 평가가 술잔을 부딪히며 강해져 간다. 누가 제일 이쁜 것 같냐는 말에 이름이 자주 오가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보려다 실패했다. 임직원 500명인 회사에서 누군가를 기억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에너지 소비임을 난 알고 있다.


지루한 내 표정을 봤던 건지 일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신제품에 대한 중압감과 회사 내의 인간관계, 특히 적성이라는 키워드가 제일 큰 화두인 주제였다.

동기들은 내가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 생각해 질문을 던졌다.



일단 하는 거죠. 날 선택해 준 것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는 것 이외에 다른 생각을 안 하면서 살려고 해요.



뇌를 스쳐가는 업무의 막막한 마음을 추스르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나도 똑같이 버티며 살고 있으니 괜찮고, 괜찮아질 거라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주는 한 해가 되기를



자정 무렵부터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새해를 맞이하여 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일부러 답장을 미뤘다. 단순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틀에 박힌 답장을 보내기 싫었기 때문.


밤새 글을 쓰다가 옷을 챙겨 입고 근처 산으로 등산을 갔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장비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숨을 가빠르게 몰아 쉴 때쯤 도착한 정상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올해의 다짐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집으로 돌아와 답장을 적었다.


새해에는 더 무탈하시고, 가득 평안하고, 자주 따스함을 느끼시기를.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