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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Aug 08. 2022

마음도 쉬고 싶은 것 같다.



폭풍 같은 저녁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을 씻긴 후 재우고 나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된다. 밤과 아침의 사이 시간 새벽. 나는 예전부터 밤 새벽이 참 좋았다. 모두가 잠들고 나만 깨어있는 것 같은 시간. 밖에 나가도 아무도 없이 모든 게 멈춰있고 나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결혼 전 서울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오래 했는데 주말이나 출근 안 하는 전날 밤 새벽이면 가끔 집 근처 천에 나가서 혼자 걷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날들이 지금은 그저 꿈처럼만 느껴진다. 나한테 그런 시간들이 있었나.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더 그때가 많이 생각이 난다.


여름에는 시원했고, 겨울에는 따뜻했던 그때가.


최근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나 기분들을 글로 적어보자 했는데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 신청하자마자 작가가 되었지만, 사실 글 쓰는 능력치 따위는 없는 것 같다. 가끔 내 글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두서가 없는지, 왜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지 왜 이렇게 생뚱맞는지 싶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렇든, 저렇든 나중에 보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써 내려가기로 했다. 두서가 없으면 없는 대로 앞뒤가 안 맞으면 안 맞는 대로 생뚱맞은 대로


나의 하루는 둘째의 울음으로 시작한다. 배고파서 깬 둘째에게 분유를 먹이고 잠시 누워있으면 첫째가 깨서 애착 인형 토토를 들고 나온다. 그러면 첫째의 아침을 간단히 준비한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후로 어린이집에서 오전 간식으로 죽을 주기 때문에 첫째 아침을 간단히 준비하게 되어 너무 좋다. 첫째 아침을 먹이면 땀으로 밤을 보낸 첫째의 몸을 씻기고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한다. 어린이집 차에 첫째를 태워 보내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요즘 한껏 손이 타있는 둘째가 울어 재낀다. 마치 '엄마는 나만 봐!!' 하는 것만 같다. 그런 둘째를 달래고 먹이고 하다 보면 첫째의 하원 시간이 다가온다. 첫째를 마중 나가기 전에 둘째를 얼른 목욕시키고 밥을 먹여 함께 첫째를 맞이하러 나간다. 그리고는 첫째의 전쟁 같은 놀이시간이 지나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그리고 남은 집안 정리를 마치고 나면 커피나 차 한잔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곤 예전에 즐겨 듣던 뉴에이지를 들으며 브런치를 켜고 글들 읽어본다.


요즘은 이 시간만이 유일하게 내 마음을 쉬게 해 준다. 나와 같은 상황인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사실 여기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기록이라는 명분에 숨어, 닉네임이라는 익명 뒤에 숨어 모든 것을 솔직하게 뱉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뭐 든.


첫째로 태어나 엄마에게는 늘 딸보다는 동등한 입장이 되어야 했던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내가 잘하는 것은 당연했다. 응석 따위 통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뭐 그런 거 가지고 힘들다는 소리를 하냐고 타박을 받았고, 엄마 눈에 들지 않는 것들에 지적받는 일들이 허다했다. 지금도 그렇다. 엄마는 지금도 지적하고,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엄마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다를 뿐인데, 이래서 내가 일찍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모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엄마가 정말 진짜 엄청 어쩌다 한번 뭔가 잘했네!라고 말해주면 그게 더 이상하고 닭살이 돋는다. 그 정도로 칭찬에 인색한 엄마 밑에서 자랐다. 내 생각에 엄마는 무조건 적인 예를 원하는 것 같다. 엄마 말에 그냥 예.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보면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한테 먼저 꺼내놓지 않는다. 중학교 때 오해로 인해 잠깐 전교생에게 나쁜 애가 되어 모두가 내적이 되었을 때도, 하다못해 그냥 친구와 싸워 속상할 때도, 나는 엄마에게 그 어떤 이야기도 털어놓지 않는다.   


내가 만약 결혼을 하면 나를 온전히 보호해주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저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동갑인 남편은 나보다 멘탈이 여려서 내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됐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 이상 남편에게 구구절절 말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남편이 물어도 내가 알아서 할게. 신경 쓰지 마 라고 답한다. 그리고는 웬만한 건 내가 처리한다.


그러고 보니 친구들에게도 속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본 게 언젠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솔직하자면 지금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직장 때문에 나와 주말부부를 하게 되었다. 벌써 3개월이 되었다. 차를 타면 2시간 반에서 3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혼자였다면 난 이 상황을 즐겼을 것이다. 오래된 자취 생활로 인해 혼자 지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혼자서도 잘 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지금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20개월 아이와 2개월 아이. 친정도 집과 너무 멀기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그나마 시댁이 가까워 가끔 도움을 받긴 하지만, 먼저 도와주신다고 하시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시부모님이 어려운 건 아닌데 도움을 청하는 건 조금 별개인 것 같다. 이래서 시 짜는 어쩔 수 없는 시 짜인가? 싶다.


밤마다 안아달라고 우는 둘째를 안고 있으면 내 치맛자락을 붙잡고 엄마엄마 하면서 우는 첫째가 있다. 그럴 때 가끔 입밖에 내뱉는 말이 있다. ' 진짜 울고 싶은 건 나다 이 자식들아! '라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해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인정받고 싶었던  같다. 힘든데 잘하고 있다고,  해내고 있다고, 정말이지 요즘은 쉴틈이 없는  마음이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여태 마음이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이 살아왔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정말 아무런 생각  하고  마음이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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