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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럭 Feb 06. 2022

서로 다른 그림 찾기

영미 아동도서에 대한 이야기 2

저는 영미 아동도서의 구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영미 아동도서를 고를 때 크게 작품성, 접근성, 적합성을 고려합니다. 이 중에서 접근성을 논하자면 특정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쉽게 구해서 보여줄까 라는 질문에 답변입니다. 인근 도서관이 그 책을 소장하고 있으면 쉽게 빌릴 수 있습니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의 '책바다'와 '책이음' 서비스를 통하여 국내 2,000여 개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해당 책을 대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역 도서관들이 가지고 있는 영미 아동도서의 종류와 양은 국내 도서에 비해 차이가 날 정도로 적습니다. 심지어 전국 도서관에 한 권도 없는 책들도 있습니다. 그나마 베스트셀러나 영미 수상작의 경우는 그 사정이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대여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많아서 쉽게 대여할 수 없기도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도서관의 접근성은 코로나 때문에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용이한 방법은 국내외 온라인 서점들을 통해 해당 책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최근 유명한 영미 아동도서들을 국내 온라인 서점을 통해 구입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자녀에게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하고 싶은 욕망이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이런 정도(正道)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저렴하고 다양한 구매를 하고자 우리의 시선은 어느덧 해외 직구나 국내 온라인몰로 갑니다. 그런데 원하는 책을 구입하는 여정이 항상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영미 아동도서 구입의 걸음마를 시작했던 시절에 택배 박스를 여는 순간 예상하지도 못한 결과로 당황했던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다음의 두 책 커버 사진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Book Depository
출처: Book Depository

이 책들은 카이 넬슨(Kay Nielsen) 그림, 노엘 다니엘(Noel Daniel) 편집의 "EAST OF THE SUN AND WEST OF THE MOON"이라는 책입니다. 아트북 출판으로 유명한 독일의 타셴(TASCHEN)이라는 출판사에서 둘 다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의 골든 에이지(Golden Age, 1890~1925)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아동 문학작품들을 좋아합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카이 넬슨은 덴마크 출신으로 요정 이야기나 비슷한 아동 소설들의 삽화가로 유명합니다. 역시 그의 작품인 "EAST OF THE SUN AND WEST OF THE MOON"은  20세기에 가장 많이 팔린 선물용 아동도서들 중에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저는 주저함 없이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이제 앞서 말한 두 커버 사진에서 서로 다른 곳 찾기로 되돌아가겠습니다.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다행히도 이 책들의 커버 사진들에는 분명 차이점이 있습니다. 혹시 찾으셨나요? 그런데 이 정도 커버의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책 들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영미 아동도서의 포맷(format)의 차이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대개 영미 아동도서(특히 그림책)들은 하드커버(hardcover, 또는 하드백이라고 불림)로 먼저 출판됩니다. 그리고 해당 책이 유명해지고 찾는 독자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페이퍼백(Paperback)이라는 저렴한 형태로 출판됩니다. 심지어 매스 마켓 페이퍼백(Mass Market Paperback)이라는 완전 저가의 형태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포맷의 차이는 커버 사진으로는 쉽게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개 온라인 서점에서는 구매자의 편의를 위해 도서의 제목 옆에 친절하게 '(Hardcover)'나 '(Paperback)'이라고 적어주기도 합니다. 그럼 이 책들의 엄청난 차이는 역시 책의 포맷일까요? 장황하게 포맷에 대해 적어 보았지만 두 책의 엄청난 차이는 포맷이 아닙니다. 둘 다 모두 하드커버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사진을 통하여 그 정답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BESTLACLUB

정답은 책의 크기입니다. 왼쪽의 책은 가로 230mm, 세로 287mm이고 오른쪽의 책은 가로 137mm , 세로 195mm입니다. 이런 크기의 차이는 책 내부의 레이아웃, 삽화의 크기, 글씨의 크기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에 내용이 같은 책이라고 하기에는 사뭇 다른 책들 같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심지어 내용마저도 달라져서 완전히 다른 책들일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서로 다른 크기의 책들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과 이런 선택을 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현실을 몰랐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오로지 제목,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 하드커버인 포맷과 커버 이미지만을 기준으로 가격이 가장 저렴한 책을 골라서 구입했습니다. 그땐 마치 아마존 딜처럼 세일가로 책을 구매했다는 착각으로 기분마저 좋았습니다. 그러나 택배 박스를 여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손에 들어온 책은 소개 영상에서 본 크기보다 상당히 작았습니다. 찰나였지만 내 상식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험과 책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해당 책의 크기 같은 서지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새로운 상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왼쪽의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 구매에서는 크기까지 체크하면서 역시 가장 저렴한 책을 골랐습니다.


여담이지만 구입 순서가 아래 사진의 책들이 먼저였다면 오늘의 교훈은 재구매 없이 쉽게 다가왔을지도 모릅니다. 아래의 책들도 동일한 제목, 동일한 작가, 동일한 출판사, 그리고 왠지 닮은 커버 이미지를 가졌지만 서지정보를 보지 않아도 동일하거나 비슷하리라는 착각마저 사라지게 하는 절대 요소가 있습니다. 마이 프레셔스(my precious)!!! 돈(money)입니다. 책 정가에 영(zero)이 하나 더 붙는 순간 그 누가 이 책들을 같은 책이라 생각하겠습니까? 그래도 책의 접근성을 위한 오늘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지정보를 확인하고 책을 구매하라!", 덤으로 "같은 내용으로 크기가 다른 책들도 있으니 주의하면서 즐겨라!"

출처: BESTLA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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