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주카 Aug 03. 2022

브라질과 중남미, 한국의 서로 다름

서로의 다름을 찾는 마당, 브라주카

1. 잠깐 이민사를 썼던 적이 있다. 그리고 곧 접었다. 속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글을 써 놓고서 자괴감을 느낀 적이 있다.

개인 이민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왜 그때(브라질 이민기)는 아무것도 쓸 생각을 못했나 자책했다. 글은 그냥 글쟁이들만 쓰는 것, 글 잘 쓰는 사람만 쓰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내 마음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2. 마음을 돌리고 주변을 살피니 의외로 글쓰는 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솔직히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했으면 벌써 잘난체 했을 거는 뻔하다. 시간이 사람을 철들게 하는 것 같다. 그토록 애증의 공간이었던 브라질이 어느새 성큼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페이조아다. @사이버쿡

3. 특별히 음식이 더 그랬다. 그곳에 있을 때도 좋다는 생각을 버리지는 못했으나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나의 특권이었다고 하면 좋을 듯하다. 가뭄이 들어야 비가 얼마나 소중한 지 느끼듯 한국에 돌아와 수 년이 지나서야 그 진리를 깨달았다.


4. 따스했던 한국 사람들?이 아니라 브라질 사람들이 그리웠다. 가끔은 아파트 경비를 섰던 프란치스코가 그립다. 늘 '빠울로'라 불렀던 그는 흡사 영화배우 처럼 늘씬하고 멋있었다. 그렇게 머리 속에 남아 있다. 보통 브라질 사람과는 다르게 선명한 눈썹과 부리부리한 두 눈, 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그립다.


5. 늘 밝게 웃었던 그와 그의 자녀들도 미소를 짓게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맛볼 수 없는 작은 차이를 그의 주름에서 봤다. 최선을 다했던 그는 비록 직장인이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옥탑방에 살면서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키우는 그의 모습은 성실성 그 자체였다. 좁은 집 안에 이층 침대까지 둬야 했던 그였지만 늘 밝게 살았던 브라질인이었다.


6. 각박하다고 느끼는 한국에서 살면서 그때를 회상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이 살기 쉽지만은 아니어서일 것이다. 쉽게 가까이 갈 수 없는 한국인들과 달리 조금은 어렵지 않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가 몸에 문신으로 각인됐기 때문이리라.


7. 교포들의 삶을 돌아보면 마음이 짠하다. '밀림'이라고 표현하는 그곳에서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 여가와 문화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더욱 겸손된 마음으로 브라질과 교포들의 삶, 나의 살을 돌아보게 된다. 보는 관점이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지만 한국인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리라.


8. 그들이 또 그립기까지 하다. 안스럽기도 하다. 정체성과의 싸움에 늘 노출돼 언제 이방인이라는 자외선에 피해를 받을 지도 모르는 이민생활이 애증으로 다가온다. 브라질을 인정하고 글을 쓰기로 결정하자 브라질에 대한 향수가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9. 개인 이민사는 차치하고 별개로 글을 써 나가고 있는 요즘은 왜 더 일찍 브라질과 중남미에 관심을 갖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는 게 고단했기 때문이다. 교민들의 애환이 서린 그 땅, 한인타운과 확장하는 교민들의 현지화 등도 있었지만 아마도 내 땅이 아니었기에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는 모국에 대한 사랑이 나를 질투했으리라 생각한다.

상파울로에 자리잡은 첫 거리 브라스 @G1

10.첫발을 내딘 브라스는 시장이다. 내가 처음으로 상파울루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제2의 고향이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옛 시장을 떠올렸다. 아마 너무도 잘 맞았던 콤비네이션이라 하면 맞을 듯하다. 초등, 중고등학생 때 만났던 시장 내음과 모습이 브라스와 비슷했다.


11.지극히 브라질 다운 곳이기도 하며 교민들이 자리를 잡아 나간 처음이라고 하도 과언이 아닌 곳. 봉헤찌로 한인타운으로 진출하기까지 교두보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곳의 다른 이름은 오리엔치, 곧 동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곳이기도 한 그곳을 더 빨리 찾지 못했지만 이제 한 뼘씩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한다.


12.뉴스뿐만 아니라 삶의 구석구석을 좀 더 살펴보고 흥행이나 사람들의 호불호가 아닌 나 자신만의 브라질과 중남미를 다시 더 깊이 느껴 보고자 한다. 짜릿함은 없다. 있는 그대로 한국과의 차이점도 나열해 보고자 한다.


#제2의고향 #상파울로 #브라스 #브라질이민 #브라질교민

작가의 이전글 바이앙의 왕, '루이스 곤사가' 사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