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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꿀이 May 31. 2023

세계사, 그 멀고도 험한 학문에 발을 디디며.

a.k.a. 만화로 보는 결정적 세계사를 읽고 난 뒤 독후감

이 지구에는 여러 단위의 많은 대륙과 바다와 섬 등이 있다. 이것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분화되고 변화했는지는 ‘지리학’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지구에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들 (자전, 공전 등)로 인해 기후라는 것이 발생하게 되고, 이 기후는 각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기후학’‘천문학’ 등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지구 안에서 인간이 살게 되었다. 코끼리에겐 어마어마한 덩치와 긴 코가 있고, 사자에겐 말도 안 되는 힘과 이빨이 있고, 개미들에겐 어디에든 숨을 수 있는 조그마함과 집단생활에 타고난 적응력이 있지만, 인간에겐 고도화된 지능 말고는 별 게 없다. 고도화된 지능은 혼자 있을 때보단 여럿이 있을 때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생하고, 이렇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어떤 종에게서도 볼 수 없는 특수한 집단생활을 하게 된다. 이것은 ‘인류학’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미친 듯이 인간이 번식하게 되면서 인간이 살게 되는 많은 영역들이 생겨나게 되고, 무수한 시간을 거쳐 인간이 지금처럼 고도화된 지능을 갖게 되는 일련의 과정에 접해 국가라는 것도 생겨나게 된다. 각 국가들은 국가끼리 필연적으로 ‘관계’라는 것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은 바로 ‘역사학’, 그중에서도 ‘세계사학’의 관점에서 봐야 할 부분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국사를 공부한 학생이다. 굳이 단군시절, 청동기시절과 같은 석기시대부터 호모사피엔스라든지, 네안데르탈인이라든지 이런 인종에 관한 것까지 공부했어야 됐나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쨌든 전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시대부터 노무현 시절까지 쫙 훑었던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역사란 당연한 것이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언제나 내가 품었던 열정에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세계사의 중요성에 대해선 전혀 못 느꼈다. 국가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심지어 그 국가의 수도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관심이 갈 리가 있겠는가. 그저 어떤 나라에는 뭐가 맛있다, 뭘 사면 좋다더라, 여행 가기 좋다더라, 이 정도가 관심의 전부였다. 그렇게 살다가 30살이 되고 나서, 돈이 중요해졌다. 경제적 독립을 위하려면 어제보다는 오늘 더 민감한 경제적 관념이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경제 뉴스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일개 한국의 경제일지라도, 모든 국가 사정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을 다수의 경제뉴스를 보며 깨달았고, 나는 세계사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되었다.


 내가 세계사를 공부하기 위해 고른, ‘만화로 보는 결정적 세계사’는 제목 그대로 결정적 세계사들이 모두 다 들어가 있는 모양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대충! 아주 대충은 세계사가 어떤 흐름으로 가는지, 누가 누가 서로 사이가 안 좋은지 이런 걸 알 수 있었다. 해변에서 모래를 한 줌 가득 쥐어들면 사실 손바닥에 남는 모래는 별로 없다. 지금 나의 세계사 지식은 딱 손바닥에 남아있는 모래 정도이지만, 그래도 모래를 쥐어봤다는 것이 중요치 않겠는가?


 최근의 국제 상황을 보았을 때 내가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나라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영국이다. 세계사 책 속에서 미국이 신흥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 미국을 대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태도에 따라 두 나라의 흥망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유럽의 역사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어서 사실 영국이나 프랑스나 독일이나 나한텐 그게 그거였는데, 그들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정서적 골이 상당히 깊다고 느껴졌다. 그 당시 영국은 친미 정책을 펼쳤고, 프랑스는 반미 정책을 펼쳤는데, 그러면서 영국이 미국의 손을 잡고 엄청난 성장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일개 섬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일본도 그렇고 영국도 그렇고 결국 미국이라는 큰 나라의 손길로 가능했구나 싶었다. 아무튼 그런 영국의 높은 콧대로 브렉시트가 시행되었고, 그 브렉시트로 인해 현재 망해가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스스로 성장을 한 것이 아니면서, 앞으로 스스로 살아가겠다며 eu를 나가버린 영국을 보며, 한 국가의 엄청난 자부심은 결국 오만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고 느꼈다. 현재 영국만큼이나 최악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 지점에 대해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마오쩌둥부터 현재 시진핑까지 아직까지도 굳건히 공산당 국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와는  코 옆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이면서, 한자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생김새-식습관도 꽤 비슷하기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다. 중국과 소련과의 관계, 러시아와의 관계들을 세계사 책에서 읽으면서 중국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공산당에 집착하고 있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진핑의 장기 집권 및 독재는 결국 중국을 파멸로 이끌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젊은 세대를 탕핑 세대라고 부른다. 누워있는 세대라는 말인데, 중국의 정권에 무릎을 꿇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당당히 서 있을 수도 없기에 그저 눕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어쩌면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그들의 욕심만을 채워버린 기성세대 때문에 청춘들이 많이 다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누워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것이라는 턱도 없어 보여도 현실적인 시위를 하고 있는 중국 젊은 탕핑 세대들. 그들을 나 mz가 응원합니다.


  앞으로는 세계사 책을 나 스스로 한 권 더 봐보려고 한다. 이것은 나와의 약속.

 똑똑하진 않더라도, 어디 가서 헛소리는 안 하고, 내가 뭘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계속 책을 읽을 것이다.  


+) 그나저나 오늘은 이상한 재난문자 한 통이 서울 전 지역을 뒤집어놨다. 세계사고 뭐고 다시 국사책 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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