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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꿀이 Jun 16. 2023

[아무튼 여름 by 김신회] 을 읽고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여름편을 이 작가에게 뺏긴 것이 억울할만큼 (사실은 억울하지 않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자신있게 좋아하는 계절을 말하라고 할 때 여름을 말한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곰곰히 내가 왜 여름을 좋아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이유가 있었고, 그것을 글로 쓰면서 주변으로 나의 여름이 계속해서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지금부터 나만의 아무튼 여름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덩굴장미&계란후라이 꽃

 작가가 책에서 덩굴장미 얘기를 했을 때, 화들짝 놀랐다. 작가님~ 저도요~ 하는 심정이었단 말이지. 나는 꽃 이름에 관해선 꽤 무지한 편에 속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숙녀인지라 좋아하는 꽃 종류는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덩굴장미와 계란후라이 꽃이다. 그리고 운명적이게도 그것들은 5월 초중반부터 6월까지 동시에 같이 피는 꽃 종류다. 반팔 입는 것을 하늘이 허락해주는 그 시점부터 덩굴장미는 여기저기 화려함을 자랑하듯 내뿜는다. 그 밑에서 본인의 청순함을 은은하게 뽐내는 계란후라이 꽃. 그 두 꽃의 하모니를 보고 있노라면, 여름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타고난 운명처럼 느껴진다. 혹시나 내가 여러 사회적 압박과 부모님의 가스라이팅에 못 이겨 공장식 결혼식을 하게 된다면, 부케만이라도 내 취향을 고이고이 담아 장미와 계란후라이 꽃으로 꼭 만들 것이다.


-여름밤

 작가가 말한 플링(도파민이 마구 붐비되는 단기적 만남). 나 또한 좀 더 어렸을 때 그것이 주는 쾌락에 미쳐있던 적이 있었다.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기는 부끄러운 나의 플링 역사지만, 나의 뇌 속 영화관에선 간간히 재개봉하여 나를 순식간에 그 때 그 기억으로 끌고 들어가는 플링 일화가 있다.

 ‘그’ 플링의 배경이 바로 여름 밤이었다. 밤새 어디를 가지는 못하고, 하지만 둘 다 헤어지지도 못하고, 그저 밖을 내내 산책하면서 이야기했던 여름 밤이 있었다. 모기가 종아리를 다 뜯어서 팅팅 부었지만, 그 날의 여름 공기는 여전히 낭만적이고 설레게 기억된다. 낮에는 내 숨통을 조일 듯이 뜨겁고 엄하게 달려대던 여름 태양은, 밤이 되면 쓰러지고 힘을 잃는다. 그러면 우리에게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느슨한 공기를 허락하는데, 나는 그 여름 공기를 사랑한다. 아마 그때 그 플링과 뒤섞이면서 더욱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자연 태닝

 나는 피부가 까만 편이다. 그러다보니 겨울이 되면 오히려 얼룩덜룩해지는 느낌이다. 나는 그래서 여름에 자연스럽게 태닝되는 것을 좋아한다. 선천적으로 많은 멜라닌 색소는 자그마한 자외선에도 나를 보호해주기 위해 새까맣게 변해버리는데, 오히려 내가 가진 이목구비랑 잘 어울린다. 팔다리가 윤기나게 타버리고, 얼굴도 고소하게 타버린 여름의 내 모습이 가장 나같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여름에 썬크림을 안바르는 걸 좋아한다. 피부암 걱정이 살짝 되기도 하지만, 호주나 그리스처럼 아주 위험할 수준의 자외선도 아닌데 좀 방심해도 되지 않나 싶다. 나는 바싹 타고 싶다고!

 

-초록색

 나는 초록색을 좋아한다. 고속도로를 타다보면 창가에 펼쳐지는 각기 다른 명도와 채도를 가진 초록색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금 내가 얼마나 초록색을 좋아하는지 실감한다. 가을과 겨울은 그런 점에 있어서 참 아쉬운 계절이다. 초록색이 많이 없다. 갈색도 별로고, 회색이나 하얀색도 별로다. 초록색이 좋다, 나는.

 여름은 모든 곳에서 초록색을 내뿜고, 그 속에서 맴맴거리는 매미소리마저 초록색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초록과 여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아무리 초록색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생각보다 초록색 옷이 많지는 않다. 아무래도 옷으로 입기엔 참 쉽지 않은 색깔이지만, 언젠간 꼭 초록색 줄무늬 옷을 사서 입고 다니고 싶다.


-더위와의 정면승부

 더위를 못 참는 사람들의 경우, 이 챕터가 가장 충격적일텐데, 나는 더위 참는 걸 굉장히 즐긴다. 좋아한다는 표현보다는 즐긴다는게 맞겠다. 누군가가 엄청나게 매운 음식이 땡기는 것처럼, 나도 한여름이 되면 더위와의 정면승부가 엄청나게 땡길 때가 있다. 아주 느슨한 옷을 걸치고, 바닥에 누워 선풍기 하나만 틀어놓고 온 더위를 흡수한다. 가만히 쪼루룩 흐르는 땀방울마저  개운하게 느껴진다. 에어컨 특유의 서늘하고 뾰족한 추위와 바람을 나는 싫어한다. 쨍하고 끈적거리고 묵직한 여름 더위, 나는 그걸 진정으로 즐긴다. 얼른 엄청나게 더워져서 더위와의 정면승부를 하고 싶다.

(물론 더위먹을까봐 자주는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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