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되다 5: 팥많이 주세요!

붕어빵 사주세요

10. 붕어빵에 팥 많이 넣어서 주면 안 돼요?

 붕어빵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있죠. 누군가는 팥을 더 좋아하고 누군가는 슈크림을 더 좋아하고... 또는 머리부터 먹는 다던가 하는 기호 말이에요. 그중에서 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일반 팥 붕어빵은 적당한 팥 양에 꼬리 부분은 팥이 안 들어가 있는 붕어빵일 거예요. 하지만 저는 '내가 만약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된다면 팥을 꼬리까지 가득가득 넣어서 장사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붕어빵에서 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팥이 터지도록 가득 담긴 팥 붕어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 그렇게 파는 곳은 드물죠. 손님들이 생각하시기엔 팥을 많이 넣어서 팔지 않는 이유는 팥이 반죽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니까 팥을 덜 넣고 반죽으로 채운다고 생각하시던데... 정답은 땡입니다! 반죽과 팥의 값은 동일해요. 저도 장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팥 양을 조금이나마 아끼려고 적게 넣는 사장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붕어빵 틀에 있습니다. 이유를 설명하기 앞서 일반적인 붕어빵 굽는 과정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붕어빵 틀의 윗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반죽을 조금 붓습니다.

그다음 팥을 "적당히" 넣습니다.

팥 위에 반죽을 다시 붓습니다. 

그다음 뚜껑을 닫고 불 위에서 앞뒤로 뒤집으며 익혀줍니다.

자, 이제는 취향대로 팥을 듬뿍 넣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아까처럼 반죽 깔아주고~ 팥을 듬뿍 넣고~

그 위에 반죽을 부어주니, 아이쿠! 반죽이 넘쳐흐릅니다.

뚜껑을 덮어주니, 오 이런~ 반죽 물이 터져 나오네요.

그럼 무슨 문제가 생기느냐?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가스불 구멍을 막아버린다.

이 붕어빵 틀을 열면...

짜잔- 이렇게 가스불이 나오는 관을 볼 수 있습니다. 청소할 때 해체한 모습을 찍어둔 거예요. 이 구멍 위로 가스 불이 나옵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이해가 더 잘 되실 거예요. 이렇게 반죽 물로 구멍이 막히게 되면 불이 나오지 않게 되고 결국 붕어빵이 일정한 온도로 구워지지 않게 됩니다.

두 번째. 불이 난다.

 이게 가장 난감하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붕어빵 틀에 막 붙은 반죽 물은 빠르게 굳어버려 잘 떼어지기 힘들고 최악으로는 불이 붙는다는 점입니다. 그때 재빠르게 쇠꼬챙이로 비비면 불은 끌 수가 있어요. 하지만 마차 가득히 채우는 탄내가 괴롭고 더 큰 사고가 날까 봐 무섭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겉에 달라붙은 반죽을 떼면 되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떼어낸 반죽이 가스불 위에 떨어지면서 불을 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한두 번 불났었고 태연한 척 생수로 불을 껐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납니다. 

 저는 위와 같은 이유로 팥을 많이 넣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초반에 양 조절이 미숙해서 팥을 많이 넣은 붕어빵을 만들게 되었고 그게 익숙해져서인지 고쳐야지 싶다가도... 현재는 가게 시그니쳐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팥을 많이 넣은 게 진짜 맛있긴 해요. 만들기는 번거로운데 첫 입부터 팥이 파앗- 나오면 을매나 맛있게요? 게다가 꼬리까지 팥이 들어가면 을매나 더 맛있게요? 이게 붕어빵 사장의 특권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