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사주세요
바람동 주민들의 애정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는 뭉이와 정이! 이 둘은 왜 예쁨을 받을까?
장사 초짜가 느낀 철칙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1. 가게로 치면 리모델링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기 전, 저는 붕어빵 마차를 좀 더 예쁘게 꾸며보고 싶었습니다.
"붕어빵 마차를 뭘 어떻게 예쁘게 꾸민담?"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 조그마한 공간 안에서 최대한 유머스럽거나 귀여운 모습을 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느낌은 아래 사진처럼 유퀴즈 티비 프로그램에 나온 크리스마스 산타 버스 느낌을 나게 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다이소에 들어가니 더 눈 돌아갔습니다.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용품들을 진열해놓고 있었거든요. 드릉드릉한 소비욕구를 잡아준 건 뭉이였습니다.
"정이야... 우리 가게 망할지도 모르는데 너무 돈 쓰지 말자."
"그래도 특색 있게 꾸미면 손님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다이소에서 사면 얼마나 더 나온다구 그래"
"내가 계산해 봤을 때 이거 수익 별로 안 날 것 같아. 참아."
칫. 저는 대빨나온 입을 마스크로 가렸습니다. 저는 신중하게 용품을 집었고 나름 꾸며봤는데 허접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스티커도 붙이고 가랜드도 꾸몄는데 묘~하게 허접했습니다.
'오히려 지저분하다고 욕하는 거 아닌가 몰라...'
이런 마음으로 걱정했는데 다행히 손님들은 제 마음을 아셨는지 가랜드가 귀엽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특히나 어린이들이 귀엽다고 말해줄 때 기뻤어요. 그래서 좀 더 꾸며볼까?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크리스마스가 끝나니 확 시들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붕어빵은 한철 장사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일 키워서 물건 사면 나중에 짐이 되겠거니 싶었습니다.(뭉이는 이걸 진작에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환경도 생각할 겸 버려질법한 물건을 활용했습니다.
콜라겐 통을 재활용해서 동전통으로 활용
택배박스 활용해서 돈통으로 쓰기
Tip: 만약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된다면 크리스마스 시즌 제품은 적게 사시고, 한 겨울 오래 쓸 수 있는 아이템 용품 위주(눈사람 모양, 눈꽃 모양 등)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12. 백종원 선생님의 말씀만 새겨들어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리얼 골목 식당 편
첫 번째는 바로 위생!
90년 대생들은 기억할까요? 저 어렸을 때 일명 쓰레기 만두라고 해서 만두소를 엉망인 재료로 사용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동이 일어났던 사건이었죠. 그때부터 '먹는 걸로 장난치는 거 아니다.''음식 위생은 철저히'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새겨듣고 자란 세대였습니다. 그리고 불량 먹거리를 취재하는 시사프로그램이 한창 흥하던 시기를 겪고 자라서 그런지... 길거리 음식이지만 최대한 깨끗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우선 제가 가장 싫어했던 게 돈 받는 손으로 음식도 집는 것입니다. 뭉이는 처음에 뭐 어때?라고 말했지만 저는 이것만큼은 안된다며 오픈전에 완강하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빵집은 전용 집게도 샀습니다. 또 뭉이는 바깥 먼지를 막아주는 투명 아크릴 판막도 구매했습니다. 필수로 구매해야 하는 물건은 아니지만 좀 더 위생적이고 싶어서 뭉이는 5만 원을 주고 붕어빵 임대 사장님께 구매했습니다. (마차 임대할 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이것도 따로 구매해야 됩니다.) 코로나 시국이니 손님들 사용하시라고 손소독제랑 물티슈도 구비해놓았습니다.
물론 마감 때는 청소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만들기보다 청소가 더 힘들 정도로 붕어빵 기계 청소는 귀찮고 번거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청소하지 않으면 비둘기가 꼬일 수도 있고, 저희 때문에 나온 쓰레기이니 당연히 깨끗하게 주변도 치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저희는 남들도 다 이 정도는 하는 줄 알았고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한 손님께서 저희 가게는 깨끗하게 장사해서 좋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기쁘고 놀랐었습니다. 타 업체까지 세세하게 설명하면서 거긴 더러워서 싫은데 여긴 그렇지 않아서 방문한다고 말하는 손님을 보며
'아... 손님들은 정말 안 보는 듯하면서도 다 보시는구나...'를 느꼈어요.
두 번째로는 서비스직의 꽃! 친절함이었습니다.
솔직히 뭉이와 저는 그건 어렵지 않았어요. 뭉이는 여태껏 선생님을 해서 사람 상대에 강했고, 저 또한 알바몬이었기 때문에 장사하면서 손님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서서히 눈도장 찍으면서 단골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학부모님이 오셔서 '우리 애가 여기가 맛있고 친절하다고 해서 사 먹으러 왔다.'라는 말을 해주셨을 때 굉장히 뿌듯했었습니다.
저희가 관심받은 이유는 이 두 가지가 끝입니다. 사실 저희 붕어빵이 맛있긴 하지만 음식점이니, 그 부분을 빼고 본다면 저 클래식한 내용이 다였습니다. 별거 없죠? 그런데 별거 없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이렇게 애정을 받으면서 일하다 보니 장사가 재밌었습니다. 그러나 늘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죠. 다음 편에는 불편했던 일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편에 계에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