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갈 수 있을까?
7월 31일까지 목회를 그만두기로 하고 보낸 7월은 뒤숭숭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다 7월 31일이 넘어가며 공식적으로 목회의 삶이 끝나게 되는 기분은 또 시원섭섭함이었달까? 솔직하게 시원한 느낌이 컸고 무엇에서부터 해방된 느낌이었다.
나는 목회 4년차에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한 가지 그리움은 어린 학생들에 대한 그리움이 벌써부터 크기도 하다. 3년 차에 발령 받은 교단 내 한 초등학교에서 1년 반을 학생들에게 성경과목을 가르쳤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의 환경과는 많이 달라진 학교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내온 시간들이었고 좋은 기억도 있지만 별로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많은 곳이었다. 그래도 벌써부터 학생들이 보고 싶은 건 내가 어느 정도 애정을 쏟았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목사를 그만 둔 이유에 대해 주변에서 물어보지만 학생들도 가장 많이 물어본 이유이기도 했다.
"왜 목사님 그만둬요?"
그 동안 살펴보면 아이들에게 대답할 때 간단히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른들 보다 제한된 경험과 지식, 정보의 배경 안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이야기 한 것과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그랬다. 스스로 생각해 보면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사랑이 없어서'라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해야 하는 직업인데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쉽지 않았다. 사랑만큼 쉬운 일도 어려운 일도 없다는 걸 목회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신앙 안에서 사랑이란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도움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 배웠고 그렇게 가르쳤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듯이 현장에서 사랑을 하는 문제는 뜻대로 조절해 가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두번째는 더 이상 이 일이 내게 의미가 없어서 였다. 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신의 뜻대로 사는 것과 신의 일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목회를 하면서 오히려 진리와 사랑을 추구하기 보다 전통과 인습에 얶매여 있는 교단과 교회를 보는 것에 실증이 나버렸다. 반복되는 형식만이 의미가 되고 그것에서 만족을 찾는 것에서 내 영혼은 괴로웠다.
다음에 사람들은 물었다.
"그만 두면 뭐하려고?"
"글세,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뭘 하든 이것보다는 나은 거 같아"
의미없는 일을 하면서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사랑이 없으면서 사랑을 설교하는 것보다, 어느 일을 해도 이것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목회를 그만 둔 나는 다시 의미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20대 초반에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그만두고 세상에 유의미한 일을 찾아 목회자가 되기 위한 코스로 들어선 것처럼 지금 목회를 그만둔 나는 다시 의미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아가든 그것은 내게 의미가 있어야 하고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영향을 주는 일이었으면 한다. 어떤 작은 일이라 한들 세상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