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이 없는 삶이란 고여있는 물과 같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는 그 무엇보다 겸손한 태도를 나타낸다. 우리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는 연어와 같지만 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가? 마치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비웃기라도 하듯 낮은 위치로 향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 일깨워준다. 그래서 흐르는 물을 보고 있자면 내면의 더러운 욕망을 씻겨내는 듯한 기분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세월도 물과 같이 흘러가며 바위에 부딪혀 시련에 봉착하고, 때론 고이며 탁해지지만 흐르기를 멈추면 더 이상 생명이란 없다. 1 급수에서 3 급수로 오염돼도 우리는 흐르기를 멈출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오염된 채 흐르다 보면 바위와 바람과 여러 생물들이 우리를 정화시켜 줄 날이 올 것이다. 그때 가진 우리의 일은 '흐르는 일이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며 어디에 당도할지도 모른 채 목적 없는 흐르는 물이란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가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는 것이다. 대신 우리는 여러 갈래 중 '선택' 할 수 있다. 왼쪽으로 갈 것인지 오른쪽으로 갈 것인지의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삶의 내용을 채워준다. 길이 나 있는 곳으로 흘러가는 물과 달리 우리는 주어진 길을 선택해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디로 흘러가고 싶으며 어디로 흘러가는 중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