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는
타의적 실종과 자의적 실종의 가능성들을 열어두고
마지막 행적의 흔적들을 열거한다
쓰지 않은 지우개의 반듯한 직육면체 모서리들
깍지 않은 연필의 육각형 속 흑연 냄새
잉크가 말라 붙은 볼펜 속의 용수철 탄성률
쓰지 않은 20년 전 우표 가격
잊어버린 이메일 패스워드들과 비활성 계좌들
받은 편지함에 쌓인 정크 메일들
AI가 만든 비키니 동영상의 초당 프레임 숫자
크롬 캐시에 남은 챗지피티의 인공 대화들
에너지 드링크 속의 카페인 농도
우울증 상담의 시간당 가격과 인플레이션
긴축화된 멍 때림들
퇴화하는 눈물구멍
거래되는 앙가주망들
사라진 그리움
20만 년 리스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며
타의적 실종을 가장한 자의적 실종으로
사건은 미제로 마무리된다
어느 종말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