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하면 달라지는 것들
오늘도 어김없이 앞집인지 뒷집인지 윗집인지 모르겠으나 360도 다방면에서 펼쳐지는 서라운드 생활 소음에 눈을 떴다.
새벽 4시다. 이 시간에 퇴근해서 항상 10분 만에 샤워를 마치는 이 이웃분은 도대체 어떤 모습이실까?
이 빌라에 만족하고 계실까?
만족하셨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슬슬 이 반지하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우연히 <뒤집어 보면 고마운 일들>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을 보게 되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안의 상처가 아직은 남아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브런치의 제목을 작성하는데
나에게 남은 고마운 일들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이 들린다는 건 나에게 청력이 있다는 것..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받지 않겠다는 건강한 마인드를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청력이 안 좋은 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화법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취업이 안 되고, 애인과 헤어지고,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종종 이런 말을 하는데
"그래도 부모님 건강하시고, 서울에 얹혀사니까 감사하지"
이 말에 왜 내가 괜히 뜨끔하는지.
친구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까진 안 갔다의 기준이 내가 된 거 같아서 왜 이렇게 착잡한지.
그래, 아빠가 떠나고 엄마가 아프지만, 이제 서울 반지하에서 홀로 살아야 하지만
나는 뒤집어 보면 지금 감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평생 몰랐을 수도 있는 지혜와 지식을 배운다는 거, 그 자체에 감사하고 있다.
세탁기에 돌린 이염방지 시트에 탈취제를 뿌려서 신발에 넣는 법도 배우고,
회사 커피 원두 찌꺼기를 챙겨 와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잡내를 없애는 법도 알아냈다.
그리고 퇴근하고 요리할 엄두도 못 내는,
이렇게 피곤한 직장인의 하루 끝에 딸을 위해 소고기 뭇국을 만들어준 아빠의 사랑도 알게 되었다.
아빠가 운영했던 네이버 포스팅에 쓰여있는 소고기 뭇국 레시피를 읽게 되었다.
우리 아빠가 참 다정한 사람이었구나,
반지하에 혼자 눈물 나게 깨닫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뒤집어 보면 감사한 일
너무 큰 슬픔을 겪어서 이제 그 어떤 시련도 두렵지가 않다!
나는 정말 많이 강해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