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d me in your heart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누구보다 잘 되길 바라며, 좋은 꿈을 꾸고 기분 좋은 아침을 맞길 원하는 사람.
아프지 않고,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사람.
바로 나.
슬픔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주식으로 비유하자면, 원금만큼은 지키고 싶은 마음 같은 것.
역설적이게도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나서, 멋이 없어진 나를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고 나누는데 기쁨을 느끼는 성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을 돕는 것이 회피이자 자기 학대라는 글을 읽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정말 남을 돕는데 순수하게 즐거웠을까?
"이 사람에게 잊지 못할 선물(추억)을 줌으로써 센스 있고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 목표로 더욱 남을 살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보면 상대방에게 나를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더욱 최선을 다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함을 모르고 쉬이 썼던 용돈과 푼돈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돈
이제는 정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에만 쓰게 되고,
단조로운 일상에 도파민을 준다는 이유로 끊지 않았던 얕은 관계들
(빨리 지나가야 하는데 재밌으니까 구경하는 1호선 광인들)
이제는 집중해야 되는 한정된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빠르게 스킵하게 되고,
내가 정말로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은 사랑하는 나라는 것을
사랑하는 아빠를 잃고, 서울에 집을 잃고, 집중해야 할 사회초년생의 시기를 잃고 나니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나를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는 엄마가 있고, 자취방을 얻고, 1인분 해내는 직장에서 고정수입을 얻게 되니 정말로 집중해야 되는 사항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진부한 말이지만 자기 계발과 건강 그리고 목돈은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지켜나가야 하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되고 마주한 세상은 생각보다 더 징그럽고 끔찍했지만 그 와중에 행복을 찾고 누군가를 사랑 어린 눈으로 바라봐주는 것.
그리고 그 대상이 나일 것을 더욱 단단하게 깨닫는 요즘이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여장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외면한 아버지 앞에서 노래하게 된 롤라.
요양원 무대에서 마주한 아버지를 보며 덤덤하게 시작하는 노래는 눌러왔던 모든 감정을 쏟아내며 마무리되는데, 이 넘버의 가사를 계속 곱씹게 된다.
그대 이제 날 잊나요
내 얼굴 보기조차 싫겠죠
춤추는 내 모습도 행복한 목소리도
더 이상 의미 없어
모르죠 진짜 내 모습을
가장 거짓 없고 진실한 나
하지만 이 순간 난 네 앞에 서 있어
여전히 이대로
그대 맘 속에 새겨줘 나를
이해해 줘요 이 모습 그대로
네 허물도 사랑해
놓지 마 나를
포기하지 마 나를
넌 지친 내 손 잡고 힘을 줬어
이겨낼 거야 이 시련들도
서로에게 지독한 상처를 줘도
우린 서로가 너무도 소중한데
그대 맘 속에 새겨줘 내 이름
날 받아줘요 이 모습 그대로
네 허물도 사랑해
그대도 그렇게
사랑해 줘
주인공 롤라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였지만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외면했던 나 자신에게 불러주고 싶다.
네 허물도 사랑해
놓지 마 나를, 포기하지 마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