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영,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잔잔한 글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수영이라는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책이고,
앞으로도 이 작가의 글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은,
목소리라면 낮은 중저음의 차분한 음성,
노래라면 슬프지만 흐느낌은 아닌 발라드.
(성시경의 '안녕 나의 사랑' 같은)
그림이라면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주는 따뜻한 위로 같은.
자신만의 꿈을 꾸며 20대를 보낸 저자가
결국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른 밥벌이를 하고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면서도,
인생의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모든 이의 삶과 그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떠나가는 사랑 앞에서 슬픔과 허무함을 느끼되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매일을 살아가는 그 담담함이 와닿는다.
*지금은 드디어 전업 작가가 되셨다고 하니, 20대의 꿈을 이룬 것이네요. 축하드려요!*
나 역시도 인생이 항상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인생엔 기복이 있을 수 있고, 바깥의 봄을 만끽할 수 없는 날도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흘러가는 시간을 마냥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털고 일어나서 손에 잡힐 무언가를 남기려고 노력해 보기로 한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좋은 날을 준비하고 기다릴 것이라 다짐한다.
각자의 사정과는 무관하게 바깥에는 좋은 날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화사한 날씨에 꽃들이 비가 되어 내리고 들뜬 사람들은 아무 곳에나 걸터앉아 잠시 머물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봄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그만큼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좀처럼 신경 쓰지 않는다.
(...) 그럼에도 모두의 삶은 공평하게 앞으로만 나아간다는 사실에 조금의 위안을 느껴도 되는 것일까. 어쩔 수 없었던 일들은 어쩔 수 없었던 일로 남겨둬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좋은 날들은 의지로 찾아온다.
- 오수영,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