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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스에 왔어

by Dear Luna Feb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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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스 바닷가에서 내가 한 일은 바다를 옆에 두고 걷고 또 걸은 것 밖에 없다. 그러다 파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일. 그것이 니스에서의 내 일과였다. 바다를 한참 눈에 담았다가 눈을 지그시 감으면 햇살이 눈동자 위에서, 눈꺼풀 밖에서 요동친다.


  겨울의 니스이지만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멀 것 같다. 샤갈이 남프랑스의 햇살 아래 그림을 그리다 시력을 잃고 눈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생각했다. 그렇게 눈이 아프면서도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음을 알 것만 같았다. 코발트블루 물감을 풀어헤쳐 놓은 지중해의 바다를 보면 캔버스를 꺼내 그려내고 싶은 마음이 요동쳤을 것이다. 모래가 아닌 자갈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돌에 와닿는 파도 소리조차 자그락자그락 눈부시다. 손으로 바닷물을 만져보면 그냥 투명한 무색인데,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어째서 마음 시린 푸른색으로 변하는 걸까. 바다에 내리쬐는 햇살은 윤슬이 되어 다시 공기 속으로 반사되는 듯, 바다와 하늘과 공기에는 빛이 가득하다.



  언젠가 한국의 남쪽 바닷가에서 한때는 영혼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던,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바다에 모두 묻어버리고 싶었다. 바닷바람을 맞고 울며, 한참을 비워냈다. 그러면서도 지구 위의 바다는 연결되어 있으니 언제 어떤 바다를 가더라도 너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얄팍한 위안을 마음 한켠에 구겨 넣었었다. 구겨진 마음 조각은 바다에 갈 때마다 조금씩 꿈틀거렸다. 제주에서, 강릉에서, 남해에서, 산토리니의 지중해에서, 쿠바의 카리브해에서.


그리고 지금, 이제는 내가 죽어 있을지도 모르는 바다 앞에 있다.


 “나는 니스에 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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