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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Oct 03. 2023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애 공부시키다 시작된 부부싸움

누군가 말했다. 

"꼭 공부 못하던 엄마들이 애 공부하라고 난리"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서울대 연고대 나온 엄마들은 애한테 공부하라고 안한다."


그렇다.

그게 나다.

저걸 말했다는 '누군가'가 아니라,

저도 공부 못(안)했으면서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마 말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내 학창시절에 대한 아쉬움과 씁쓸함과 후회가 일렁인다.

공부를 잘해서 얻게 되는 어드밴티지 말고, (- 사실, 그건 모른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겪게되는 여러 좋지 않은 상황들---

취업 시장을 시작으로 알게되었다.

(돈도 빽도 없는 사람이) 좋은 학벌도 가지지 못한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노곤한 일인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는 것 정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포만감을 주었다. 

주류에는 결국 편입하지 못한 직장생활이었지만(인생이라고는 쓰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신나게 재미나게, 

'누군가' 처럼은 될수 없었지만

나답게는 살 수 있었다(고 믿는다).


아무튼, 공부로 빛나던 날이 없던 엄마는 그날도 1호와 공부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이는 매일 연산과 사고력, 그리고 독해 문제를 풀고 있는데

(둘이 같이 정했다!! 근데 안한다!!!!)

그날도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다.

(나와 똑같다... 오늘일은 내일로 미루자, 가능하면 미루고 또 미루자. 에헤라 디야.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대단한걸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거 하는데 왜 그리 난리냐 아들아. 


수영과 영어를 다녀온 아이, 

그 사이 둘째를 데리고 온 나.

우리 셋이 모였다. 

둘째가 유치원에서 오기 전까지 마쳤으면 좋겠는데 

1호는 만만디 만만디~~, 공부할 생각을 안한다. 

뭐하고 있나 보고 있자니 쥐콩만하게 뭔가를 그리고 색칠하고 오리고 있다. 아주 작디 작게....

1차 잔소리 발사.

"00아, 이제 연산 문제 풀자."

안들리는지 반응이 없다. 언젠가부터 내 말에 대답이 없길래 주기적으로 섬세하게 귀를 파준다. 

그래도 대답을 안하길래 이비인후과에 데려가서

전문가의 손길로 귀 청소도 했건만 

여전히 안들리는 갑다. 


2차 잔소리 발사아. 

"00아 이제 공부좀 하자. 오늘은 연산도 아직 못했다."


대답없는 너.


이렇게 지리한 날이 가끔 있는데, 그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9시가 다 되도록 아이는 놀고 있었다. 

소리지르지 않겠다는 다짐도 무색하게(아예 그런 다짐을 안하면 안되겠니? 참았다 터지니까 대형 폭발이잖아.) 어미는 킹콩으로 변해 거품을 문다. 

아이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 때,

남편이 퇴근했다. 

평소에도 나와 남편은 아이 교육(?)을 두고 자주 대립하곤 했는데

그날 1호의 눈물을 본 남편은 

.... 참지 않았다.


거실에 둔 대형 책상을 사이에 두고 엄마와 아빠의 언쟁이 시작되었다. 

지원군의 등장에 1호의 눈물은 더욱 서러워졌다. 똘똘한 새끼.

졸지에 나는 이제 9살이 된 아이를 9시 넘도록 공부시키며 잡는 나쁜 애미가 되었다. 


억울했다.

아이에게 지*을 하면 그게 마음이 아파서 울던 밤들, 

아이에게 지*하지 못하고 참으면 그게 답답해서 울던 밤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남편은 이제 초2인 아이가 왜 그렇게 많은 문제지를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학원에 보내는 것도(공부 관련 학원은 제대로 다니지도 않고 있는데!) 탐탁치 않아했다.


남편과의 무수히 많은 갈등 중 대부분은 10여년의 세월과 함께

(주로 시댁 관련 문제들이었지만) 둘중 하나가 포기하거나 양보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어갔지만, 

아이 교육과 게임이 우리 부부의 새로운 갈등거리로 자리잡았다. 


받아라, 나의 불꽃슛!


일단, 나는 게임 안했으면 좋겠다 주의자로, 집에 tv를 없애고 그 자리에 책장을 들이고 거실에 책상을 두는 등 책과 친해지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공을 들였다. 책육아까지는 못했고, 못하지만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책을 두었다. 더불어 텔레비전을 정말 좋아했지만 지금은 안본다. 스마트폰도 아이들이 있을 때에는 가능하면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물론 아닐 때도 있다). 


남편은 초딩시절부터 게임을 너무나 좋아했다고 한다. (지금도 남편은 아들들과 닌텐도로 추억의 게임, 버블보블을 한다. 게임존에 가면 1000원을 넣고 30분 이상 하는 사람이 남편이다) 하지만 남편은 어린시절 부모님에게 게임때문에 엄청나게 혼나고 죄책감만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그건 게임을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뿐더러 살아가는데에도 1도 좋은 영향이 없었다고 했다. 상처받았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와 부딪혔던 말과 훈육에. 무튼 남편의 주장은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게임을 하더라도 멈출 수 있는-이를테면 40분 하기로 하면 딱 그 시간에 멈추는 것- 자제력, 절제력이 필요하다고 그걸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편의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을 해야했다. 6살짜리 동생도 있는데, 형이 게임을 하면 당연히 6살도 깨춤을 추며 게임기를 들었다. 


무튼 이런 전쟁과 휴전 사이의 날들 중, 그날 사건이 벌어졌다.


나는 아이에게 자기전까지 오늘 해야할 공부들을 마무리 하라고 했다. 

아이는 울었다. 

맞은편에 앉은 남편은 아이에게 "모두 마치고 자라"고 거들었다.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나는 당황했다. 보통때와 다른 사건 전개였다. 

남편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에게 계속 공부하라고 했다.

공부하던 아이는 졸리다고 했다. 

남편은 계속 "다 하고 자"라고 했다.

내가 졌다.

나는 아이에게 그만하라고 했고, 남편은 내 말에 화를 냈다. 

아이 앞에서 그런 꼴을 보였다.

비몽사몽이던 아이는 들어갔고, 남편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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