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벌써 지치지 말자]
아픈 자식이 있을 때 T엄마와 F엄마 누가 더 힘들까?
자식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F엄마는 그 나름대로 힘들 것이고 공감이 되지 않는 엄마는 그것 때문에 힘든 것 같다.
아무리 갑상선 암이 가벼운 암이라 할지라도 지금 아들의 입장에서는 염려가 될 수밖에 없다.
이식된 신장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의사 말처럼 신장 때문에 CT촬영을 할 수 없어서 전이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두려울 것이고, 자꾸 병이 생기는 몸에 대해 낙심도 될 것이다.
톡방에 또 냉소적인 말을 남겼다.
"샤워하면서 거울에 비친 수술자국을 보니까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도 수술 자국이 적지 않다.
두 번의 출산과 신장을 공여하면서 생긴 것도 있고 연골을 수술할 때도 그렇다.
그게 그렇게 상심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아들에게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딸에게 나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엄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수술이잖아. 그러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
근데 쟤는 다르지 엄마."
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정신과에 다녀왔다.
가끔씩 필요이상으로 분노가 차오를 때가 있어서 상담을 하고 항우울제 처방을 받았다.
용량이 좀 과한지 요즘 의욕이 많이 낮아졌다.
모임에 가도 재미가 없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다.
먹은 게 적으니 기운도 없다.
약을 좀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스트레스지수가 높다던 아들은 회사 근처 정신과에 갔다가 퇴짜 맞았다.
병이 너무 많아서 약처방이 어려우니 대학병원에 가라고 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속상해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수술 전 검사를 위해 병원에 다녀오던 날.
아들은 저녁을 먹자니까 약속이 있다더니 다시 연락이 왔다.
"오늘은 그냥 가족과 먹고 싶어서 선배랑 약속 취소 했어."
그 말만 들어도 아들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이 간다.
요즘은 여자 친구와 있어도 외롭단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지 못해서가 아니다.
병에 걸리고 힘든 와중에도 교회 주일학교 수련회에 스텝으로 동행했던 아들이 나름대로 신앙적으로 해석도 되고, 또 그러면서도 마음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여자 친구와는 그런 대화가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종교가 다르다 보니 그런 부분은 불통이 될 수밖에 없다.
들어주기는 하지만 그건 정말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함께 믿는 가족과 대화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공감불능인 엄마라고 해도 세상 어느 누구보다 아들을 걱정하고, 또 아들의 믿음이 성장하면 기뻐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는 하나보다.
나도 아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위로도 하지 못한다.
어쭙잖게 하는 말은 영혼 없이 나가는 말이 많은 걸 알기에 그냥 듣기만 한다.
남편은 역시 이번에도 별 반응이 없다.
아들은 사먹는 밥보다 집밥을 좋아한다.
나도 바깥에서 어설프게 사먹는 밥보다 내가 만드는게 낫다고 생각할때가 많다.
하지만 아들이 밖에서 먹자고 한다.
아빠와 마주치는게 불편하단다.
투석 할때도, 이식 했을때도 자기 마음을 따뜻하게 표현하는 것에 서툰 남편이다.
그런 남편이 아들에게 무슨 표정일지, 또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 아들이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빠를 이해한다고 했다.
어릴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살아서 그럴꺼라며...
아들아.
지금은 이해 하지 않아도 돼.
너만 생각해도 돼.
충분히 이기적이어도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