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비정상이 아닌 게 아니었다.
아들도 그랬다.
갑상선 암 수술을 코앞에 두고 들쭉날쭉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을 했다.
갑상선을 다 제거하고 나면 상실감이 들 거 같다며 우울해 한지 5분도 안되어서 일본 여행을 가자며 가족톡방에 글을 올렸다.
"너 지금 조증 같아."
"그러게... 나 조울증 아니겠지?"
자기도 지금 무척 산만한 거 같다고 한다.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기에 더 이상 나무라지 못했다.
나도 불안지수가 높아지면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불필요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말도 많이 시키고 특별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분주히 움직인다.
주말에 친정 엄마집에서 모이자며 조카가 톡을 했다.
바쁘다는 말로 거절했다.
아직 아들의 암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나면 이런저런 얘기를 해야 할걸 생각하니 미리 기운이 빠졌다.
아무리 내가 초연하다고 생각해도 수술 이틀 전에 깔깔대며 즐길 정도의 성격은 아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쳐지고, 아들의 건강과 내 마음이 회복되고 나면 그때는 좀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에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부장에게만 말을 해 놓고 아들의 수술날엔 어차피 연차를 사용할 것이기에 대표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최근 대표와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더 말하고 싶지 않다.
감사한 것은...
이번 일을 통해 아들은 신앙의 회복과 함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생겼다.
이식 후 아들의 식습관이 바뀌어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한 것에 대해 걱정한 것은 나뿐이었다.
당사자인 아들은 수술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컨디션을 얻고 나서 공여자인 나보다 더 관리를 안 했다.
투석 때는 입맛도 없었지만 많이 먹으면 그만큼 투석을 할 때 힘이 들다며 먹는 걸 별로 즐기지 않았다.
그때 못 먹은 한을 풀기라도 하듯 엄청난 양을 먹어댔다.
여러 번 주의를 주었지만 잔소리 그만하라는 원성만 들었다.
암진단 이후 눈에 보이게 달라진 건 카페에서 디저트를 안 먹는 것이다.
수술 후에는 운동도 하겠다고 하니 자기 몸보다 더 확실한 잔소리는 없는 것 같다.
너무 살이 쪄서 목이 사라졌다며 놀려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는데 이제 비로소 건강관리라는 걸 시작하는 것 같다.
아픈 건 속상하지만 전화위복이 된 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