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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Apr 21. 2022

28. 샹그리아 사다가 샹그리아 만들기

자취 5년 반만에 진짜(?) 집들이 준비 1

 다시 야근철이 오기 전에 친구들을 불러 보기로 했다. 그래도 벌써 스무 번도 넘게(게시물 개수로 우기기) 요리를 해 보기도 했고, 더 미루면 다음 야근철이 지나면 여름이라 더 어려울 것 같아서 친구들과 시간을 미리 맞춰놨다. 메뉴는 친구들의 의사를 존중하기엔 내 요리 실력이 아직 일천해서, 못 먹는 것만 물어봤다. 그 와중에 향신료를 좋아하는 내 특성상 혹시 호불호가 있을까 싶어 물어본 내 질문에 대답한 친구들 답변 때문에 한참 웃었다.

호 호 호 호

 메뉴는 대충 태국 요리류가 될 것 같은데, 한 가지 이상의 요리로 장을 본 적이 아직 없어서 목록을 좀 써봐야 할 것 같다. 일단 미리 만들 수 있는 쏨땀(파파야 샐러드)을 전날 왕창 만들어서 숙성시키고(파파야 한 개를 쓰면 대충 5~6인분 정도 나온다), 그나마 자신있는 그린커리를 2인분 정도 만들고, 비장의 무기 똠얌꿍은 집 앞에서 사 올까 싶다. 요 정도 고민하다 요리 잘하는 동기에게 상의를 해 보는데, 새콤한 요리가 많으니 태국처럼 달달한 고기가 포함되면 좋을 것 같다고 사야 하는 상품까지 추천해줬다! 오 대박대박. 트레이더스 양념토시살 1.5키로를 사서 저녁까지 먹고 모자라면 다음 날까지 먹으라고. 중약불에 서서히 익히면 된다고 한다. 세세한 꿀팁까지...ㅠㅠ 너무 고맙다. 대충 그래서 현재까지의 상상속 메뉴판은 이 정도.


<호호야 식당 - 개업 준비 중>
1. 무한리필 쏨땀
2. 양념토시살
3. 그린커리
4. 똠얌꿍

+ 브리치즈구이

저녁은 모자라면 시켜먹자!


 사실 한 끼도 좀 어려운데 저녁까지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하다 다시 요리천재에게 물어봤더니, 두 끼는 무리라며 모자라면 시켜먹으라고 해서 마음이 편해졌다. 라구 소스가 있는 김에 라자냐 면도 혹시나 싶어서 사 오긴 했는데, 태국요리랑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고 해본 적도 없어서 다음 주 재택 중에 도전해보고 괜찮으면 안주류로 추가해볼까 싶다.


 메뉴는 대충 이러한데, 아무래도 음식으로는 어필이 쉽지 않을 듯해서 다양한 다방 메뉴로 물배를 채워볼까 싶다. 기본적으로 집에 캡슐커피 머신과 프렌치프레스가 있어서 커피 샷과 우유 거품까지는 간단한 상태고, 대충 술도 여기저기서 생긴 게 있어서 모자라진 않는다.


<호호야 다방 메뉴>

Non-alcohol
- 아메리카노
- 라떼/카푸치노
- 금귤 비앙코
- 금귤 에이드
- 라임 에이드
- 논알콜 모히또
- 기타 소프트 드링크

Alcohol
- 샹그리아
- 짐빔 하이볼
- 산토리 하이볼
- 이름 모를 비싼 와인
- 이름 모를 사케
- 이름 모를 꼬냑
- 기타 맥주 등등

 샹그리아는 나름 처음 해 본 메뉴는 아니다. 친구들 부를 때마다 한 번씩 만들던 음료였는데, 평소에는 집에 남는 와인으로 샹그리아를 담가 왔다.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인데 코시국에 결혼식을 가면 종종 받아오기도 했고, 부서에서도 행사로 한 번씩 주기도 해서 항상 여분이 있었다. 근데 얼마 전 언니들이 열심히 마시더니 이제 비싼 와인밖에 남지 않아 버려서,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남은 비싼 와인은 부서에 와인 좋아하는 선배가 귀한 거라고 절대 샹그리아를 담그지 말라고 했다). 체감 1~2주 정도 숙성시킨 샹그리아가 더 맛있었던 것 같아서 미리 만들고 싶었다.


 근데 막상 마트에 와인을 사러 가니, 생각보다 와인 코너가 너무 컸다! 최근에 부서원이 FTA 때문에 와인이 3년마다 점점 싸져서 요새 와인이 핫한(?) 거라고 말해주셨는데, 가격대는 친근해도 영 뭐가 좋을지 알지 못하겠는 친구들만 가득했다. 일단 드라이한 것보다는 스위트한 걸로 해야지 싶어 보다가, 세일 코너에서 샹그리아라고 이름이 붙은 와인을 발견했다.


 이름은 돈 시몬 샹그리아. 용량은 1.5리터로 어마어마했는데, 우리집 샹그리아 전용 유리병 크기가 엄청 컸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돼야 넉넉할 것 같았는데(저번에 일반 와인 한 통을 다 부었는데도 반 좀 넘게 찼었다), 검색해 봐도 세일한다는 게시글 외엔 별 후기가 없는 거다. 그래도 오천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고 샹그리아라면 달겠지 뭐 하면서 겟챠.

한 손에 들어서 작아보이지만 꽤 많은 양의 과일이 들어갔다. 사과, 자몽, 금귤, 씨없는 포도, 파인애플을 넣었다.

 모아뒀던 과일을 대충 한입 크기로 잘라서, 혹시 과일 째로 먹을 수도 있으니 씨가 있는 금귤은 씨와 꼭지를 발라 내고 자몽은 흰 부분을 발라내서 작업했다(자몽은 너무 맛있기도 하고 중간에 현타가 와서 반개만 넣고 나머지는 그냥 먹으려고 따로 발라놨다). 병에 차곡차곡 쌓은 다음에 와인을 꼴꼴꼴 붓기만 하면 끝! 과일은 아무거나 넣으라고는 하던데, 개인적으로 시트러스 계열과 사과는 꼭 들어가야 맛이 좋은 것 같고, 포도도 괜찮다. 딸기는 풀어져서 별로고, 키위도 비슷할 것 같아서 피했다. 파인애플도 아래쪽보다는 위에 조금만 넣는 편이다.

1.5리터짜리 와인이 바닥의 반컵 정도만 남기고 다 들어갔다!

 냉장고에 이렇게 열흘 정도 잘 보관하다가 다음 주말에 친구들 오기 직전에 개봉해서 살짝 간을 볼 예정이다. 맛을 보고 조금 덜 달면 사이다를 타서 주면 와인에이드로도 괜찮게 내놓을 수 있어서 간 보는 건 중요하다. 보통 병에 자리가 남으면 사이다도 같이 타서  숙성시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사이다 자체도 괜찮지만 산펠레그리노 자몽맛(폼펠모) 넣으면 시트러스 계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맛이 더 좋았다. 그냥 사이다도 더 달긴 하지만 나쁘진 않다. 비슷한 포도여서 보라색 웰치스를 넣어보기도 했는데 썩 어울리지 않았어서 추천하지 않는다. 아! 저번에 궁금해서 제로 사이다도 넣어봤는데, 넣지 말자. 맛을 배린다ㅠㅠ


번외. 술을 안 드시는 분이시라면 홍차를 아주 진하게 우리고 식혔다가 술 대신 붓고 냉장고에 하루정도 면 멋진 아이스티가 된다. 이 경우에는 설탕이나 집에 과일청이 있다면 같이 넣으면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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