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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Jun 07. 2022

달달한 연차의 맛과 화요일에 느끼는 월요병

자기효능감은 돈지랄과 함께

1.

 목요일 저녁 회식부터 금요일 연차, 토일월을 쉬면서 내리 돈을 썼다! 유효기간이 일주일 남은 상품권을 쓰겠다고 평소 자주 먹지 못했던 것들은 물론이고, 모든 메뉴를 세트로 올려 사이드를 추가한다거나 음료를 추가하고, 먹지 않던 디저트도 추가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밥을 사주기도 하고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한테는 케이크를 선물로 주고. 동기 결혼식에 가서는 축의금을 뿌리고 밥은 먹지 않고 나와서는 옷도 가방도 샀다. 오, 크게 뭐 한 것도 없는데 뿌듯한 돈지랄의 힘이여! 나와 같은 월급으로 척척 모아 자가를 사서 결혼까지 해낸 동기를 보면서 묘한 열등감이 생겼다는 핑계로 돈을 또 쓴 나! 덕분에 매일 2만보 가까이 걸었지만, 매일 저녁 멀미가 날 정도로 속이 안 좋았던 걸 보면 음 이게 건강한건지 아닌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회사에 있는 것보다야 나은 것 같다. 간만에 중간에 깨지 않고 10시간도 자 봤다!


2.

 우리 집 베란다 정원에 비상이 걸렸다. 깍지벌레 응애 진디 순으로 어찌저찌 처리를 한 듯했는데, 여전히 우글대는 뿌리파리와 이름 모를 실 같은 게 보이는 저 벌레는 어찌할꼬. 총채벌레인가 저게...? 검색해보니 조금 비슷해 보이는 것도 같다. 아직 덜 자란 공심채를 성급하게 베어내고, 고수도 바람 잘 통하라고 벌거숭이를 만들었다. 가지는 두 주에 편 첫 꽃들이 전부 떨어져서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는데, 가지 씨앗을 채종하겠다는 내 욕심이 너무 컸던 걸까. 마지막 한 주에도 꽃봉오리가 올라왔는데 뒤늦게 준 거름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3.

 어제까지 행복했는데 연휴 뒤 첫 출근길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배는 안 고프지만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김밥을 느릿느릿 씹어 본다. 오늘 뭘 해야하더라. 대각선 앞자리 아저씨는 초록 칠판 바탕의 인강을 듣고 계신다. 아침부터 참 부지런하다. 저런 사람들은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다급해지면 나도 하게 될까? 음. 타고나는 것 같다고 말해야 내가 나중에 하지 않아도 변호가 될 것 같다. 이번 달은 전화영어도 수강신청 실패를 핑계로 신청하지 않아서 멘탈이 조금 좋아졌는데, 진급 준비하려면 따긴 해야 하는데... 으음 어렵다. 그래도 7월이 최대 고비니까 두 달 쉬고 8월부터는 다시 해야지.


4.

 한 번 휴가의 맛을 봤더니 길게 휴가를 가고 싶다. 갓 취직하누친구랑 여름에 국내여행을 계획하면서, 다른 친구랑 가을 태국여행을 말하고 있는데 언니 결혼 전에 가족끼리도 여행을 가자고 하셔서 모든게 불투명해졌다. 미리 정하자 했더니 언니가 벌컥 화를 냈다. 자기 일정 정해진 게 없다고. 9월을 원하는 엄마, 9월이면 추석에 하자는 우리, 다 같이 맞춰보면 11월이 맞을 것 같은데 그때는 스케줄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아빠. 이러다가 또 코 앞에서야 제일 비싸게 교통편과 호텔을 예약할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싫다니까. 그리고 나도 여행 예약해야 해서 안 겹치게 말을 해 보고 싶은데 영, 전부 P인 가족들은 닥치기 전까지 정해지는 게 하나도 없다. 끙.


5.

이번 주 목표

- 헬스장 얼굴 보기(아직도 못 했다니!)

- 어제 자기 전까지 만든 라구 자랑하는 브런치 쓰기

- 매일 스트레칭 짧게라도. 

- 디 하기

- 겨울옷 정리하기 꼬옥


6.

 오늘은 일부러 저녁을 간단히 먹었는데 결국 야식을 먹었다. 졌다...! 내일 점심도 회식인데 내일 아침은 꼭 간단하게 먹어야지. 꼭. 아 근데 해동한 베이글은 언제 먹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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