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하며 배운 것
그냥 살아.
그냥 살라니, 무슨 말일까. 처음엔 답답했다. 막막하고. 그냥 살라는 건 그냥 모든 걸 방치하는 듯한 느낌에 절망의 기운도 느꼈다. 이게 처음 느낀 마음이었다.
근데 별수 없었다. 그냥 살지 않으면 어쩔 건가. 어쩔 건데, 방법이 없었다. 그냥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시간이 지나서 알았다.
그냥 산다는 것. 아 그냥 사는 것. 이게 삶 그 자체구나.
나는 너무 힘주고 살았다. 내가 만든 세상에서 내가 만든 틀에서 내가 만든 미래의 상에서 내가 만든 규칙에서 내가 만든 나의 모습에서.
있는 그대로가 삶이란 것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모른 채, 타인의 기준과 나의 상상 안에서의 많은 굴레와 틀에 사로잡혀 살았다.
실제 내 삶의 상황과 일상은 바뀐 게 없는데, 힘 빼고 사니 참 편하고 즐겁다. 억울한 것이 없는 희생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하고, 정면으로 원하는 바로 그것을 타협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더 강건해져야겠지.
복싱을 하는 시간은 때때로 나약해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시간이다. 다르게 사는 건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 갈 길 가려면 복싱을 해야 한다.
조수석에 철학 스승님의 복싱책을 놓고 다닌다. 인생 실전이다, 리마인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