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지 리서치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기존의 데이터는 말해주지 않았다.
우리의 서비스의 타겟이 될 이들의 현재 행태는 어떠하고,
또 이들을 둘러싼 환경과 현실은 어떤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던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는 법.
매치아크 팀은 발로 뛰어 데이터를 얻겠습니다.
매치아크 팀의 출장 지역은 런던.
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축구의 나라에서 숙소 위치를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의 숙소는 Hammersmith 지역으로,
좌측에는 브렌트 포드 FC의 브렌트포드 커뮤니티 스타디움,
우측에는 첼시 FC의 스탬포드브릿지을 두고 자리했더랬다.
지하철 역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가 모델인 옥외 광고가 흔하고,
Gift shop에서는 축구공이 그려진 Birthday card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평일에는 Training Day(훈련), 주말에는 Match Day(경기).
평일에는 각자의 일상에서 퇴근 후 축구 연습을 하기 위해 모이고,
주말에는 축구 경기를 치르기 위해 모이는 이들.
그렇다. 이들에게는 축구가 곧 일상이고, 일상이 곧 축구이다.
우리는 일부 클럽들을 통해 트레이닝 데이 스케줄을 전달받고 축구 훈련 현장 공개를 요청했다.
선수들은 훈련장의 낯선 방문객들을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대부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제시간에 한 데 모여 훈련을 시작했다.
먼저, 코치의 호령 아래 선수들이 몸을 푼다. 체감 영하의 온도의 11월 추운 날씨에도 훈련의 열기로 모두들 가벼운 차림이다. 아마추어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고 열정은 프로팀 못지않다.
훈련의 분위기도 다소 진지하고 엄격한 편이었다.
주말이다. 이들에게 주말은 또 다른 빅데이. 클럽들 간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아마추어 축구팀은 토요일/일요일 팀으로 나뉘는데 리그 피라미드에 속하는 건 토요일 팀이다.
우리는 토요일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원정 경기에 나서는 어느 팀과 함께 경기장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경기를 앞둔 원정 버스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예상 밖의 전개가 펼쳐졌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서포터즈들과 소통을 하고, 팀의 응원 구호를 외치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다소 긴장된 얼굴에 무거운 분위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경기를 앞둔 이들의 분위기를 마주하니
기분 좋게 예상을 빗나간 셈이다. 오히려 현장에 초대된 우리가 더 긴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1시간가량을 달려 상대팀 경기장에 도착했다.
킥오프 전, 락커룸의 분위기도 궁금하다.
원정 버스의 장난기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코치의 주문에 경청하는 선수들.
화이트보드에 그린 포메이션을 가리키며 디테일하게 작전 지시를 전달하는 코치진.
영국 아마추어 축구 13부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치고 워밍업을 위해 경기장으로 향한다.
킥오프!
락커룸의 분위기에 놀라긴 이르다. 짜잔, 보고 있나 매치아크 팀.
빠른 전개, 수준 높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양 팀의 모습이었다.
경기장 한쪽에선 몸을 푸는 후보 선수들이 보인다.
경기장의 또 다른 묘미가 있다.
경기장의 펍, 그리고 3 파운드(GBP) 버거.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 외에도 동네 주민들이 자유롭게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일상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특별해 보이지 않던 이 3 파운드 버거는, 즉석에서 갓 구워진 패티에 치즈 그리고 그릴드 어니언만 들었을 뿐인데 꽤나 조화롭게 어울린다. 소박하지만 담백했던 그때의 버거 맛을 떠올리니 은근히 또 생각난다.
사실 3 파운드의 행복은 버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기를 앞두고 펍에 모인 관중들끼리 각자 3 파운드에 행운을 건다.
팀을 고르고, 이름을 기입하면 되는 간단한 내기. 채워지는 칸의 수만큼 우승자의 상금이 모인다.
결과는 경기 끝에 알 수 있다.
"베팅한 사람들 모두 모이세요!"라는 부름에 쏜살같이 달려갔는데, 과연 그 결과는..
영국에서의 잭팟, 일확천금의 헛된 희망은 역시나 빠르게 날아가는구나!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과 함께 소소한 즐거움을 더한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이날 우리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던 팀은 결국 1:3으로 패배한다.
그러나 침체되지 않은 분위기로 즐겁게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매주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경기 결과에 의연할 수 있던 걸까?
펍에서 중계되는 TV 화면에서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이날 경기장의 펍에서는 레스터 시티 FC와 아스날 FC의 오후 1시 30분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3시부터 예정된 뉴캐슬 유나이티드 FC와 첼시 FC의 경기는 중계되지 않는다.
영국의 '3pm Blackout'라는 제도 때문이다.
따라서 토요일 오후 3시 프로 경기의 중계방송을 송출하지 않는다.
프로 경기를 찾는 대신 하위 리그의 경기장을 방문하라는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아마추어 축구 리그에 대한 일종의 배려이자 응원인 것이다.
대부분의 경기는 주말에 열리지만 주중에도 Match Day가 열리기도 한다.
이날 우리는 주중 저녁 경기를 보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10부 팀들 간의 경기였다.
티켓 비용은 인당 6 파운드(한화 약 9,750원).
10부에 소속된 클럽의 경기장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찾는 관중도 더 많았다.
관중석에 경기 영상을 촬영하는 특수 고정 카메라가 시선을 끈다.
프로 팀에게나 있을 법한 클럽 하우스가 아마추어 축구팀에도 존재한다.
한 클럽에게만 열려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클럽들이 락커룸, 훈련장, 카페테리아 등을 공유하는 식이다.
평일 훈련장은 가득 차고, 경기가 있는 주말에는 출전을 앞둔 선수들로 특히 북적인다.
남성 성인 팀 외에도 여성 팀들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클럽 하우스의 내부 모습을 담아보았다.
구단의 크기에 따라 아카데미 팀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아카데미의 몫일 테다.
어떤 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할까, 또 어떻게 이들을 모으고 선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느 구단의 아카데미 팀 코치를 만나 아카데미 팀의 실상을 들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열성적인 학부모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레슨의 처음부터 끝까지 선채로 자리를 지켰다.
직접 보고 들으며 얻은 최신 데이터가 제법 모였다.
만보기에 계산된 하루 걸음이 2만 걸음에 달한다.
우버, 버스, 기차, 지하철(Tube)을 갈아타며 하루 평균 20km를 발로 뛰어 얻은 데이터다.
우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보완하고 마케팅에 반영할 인사이트를 발굴하고자 한다.
각자의 일상에 흔쾌히 초대해준 모든 클럽 관계자와 선수들에게 감사하며,
반드시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리라.
<어느 한국 스타트업의 영국 출장 고군분투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https://brunch.co.kr/@matchark/7
Dani 김다현 ㅣ 퍼포먼스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