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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부꾸미 Mar 26. 2022

또다시 손이 가는 책

문학작품의 효용

스스로 하는 다짐과 같은 소재의 단상들을 작가의 서랍에 잔뜩 쌓아두고도 그것들을 완성하지 않은 채, 새로운 글쓰기를 클릭하였다. 지금의 단상과 느낌들은 지금 꺼내어주지 않으면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 그대로 묻혀버릴 것이기 때문에. 오래간만에 여유로이 맞이하는 연달아의 휴식시간이 이러한 여유를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나름대로 여유 있게 외출 준비를 하고 도장 찍듯이 방문하는 카페에 들렀는데, 결코 내가 1등으로 도착하여 일말의 승리감을 느껴서만은 아니다. 게다가 약간의 승리감에 도취되려는 얼토당토않은 감정을 느끼기가 무섭게 다음 손님들이 속속들이 도착하여 그러한 여유를 즐길 여유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아직은 제법 쌀쌀한 날씨이지만 절기상으로는 완연한 봄이다. 며칠 뒤면 벚꽃이 개화한다는 소식이 의심스러운 정도이다. 그래도 마음만은 봄이어서 소소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독서 자체는 원래도 자발적으로 즐겨하는 것이기에 새로울 것이 없지만, 본래는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지 않았으나 요새는 그것을 시도하고 있다.

한동안 재테크 관련 독서에 몰입하다가 이제  시들해져서 일지도 모르지만, 저명한 작가의 산문집들에 다시 한번 손이 가고 있다. 재테크 관련 소재처럼 단순 내용 전달(대개는 한두 문장으로 요약을   있는) 목적으로  책이나 지나치게 가볍게  에세이 종류(드라마를 보는 마음으로 나도 가볍게 읽고 흐뭇한 미소 정도로 마무리할  있으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한번 읽고 다시 한번 손이  가지는 않는다. 문장 하나하나에 감탄을 하며 저자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에 공감하며 나도 마치 그의 머릿속을 여행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그러한 생각을 표현해낸 언어의 유려한 사용에 감탄과 탄복을 금치 못하게 하는 그런 책들이 요새 나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러한 문학작품들은 다시 한번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만큼의 감동이 있다.



그전까지 사실 나는 문학의 효용가치를 전혀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 수험용 공부과목으로 문학을 처음 접한 데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수능 언어영역에서 문학과 비문학의 분류로 문학을 접하고, 소설, , 수필 등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 은유, 대유, 반어와 같은 표현법에 따른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문학으로서의 언어가 주는 기쁨을 순수하게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 공부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나로서는 내용전달을 목적으로 쓰인 책들만을 읽었었다. 그밖의 문학 등을 읽은 것은 마치 단순 유희만을 위한(지금은 물론 생각이 다르다. 단순 유희만을 위한 책들도 훌륭한 가치가 있다. 어쩌면 각박한  현대사회에서는 여타 책들보다  가치있는 것일지도.) 시간 낭비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소설은 절대로 최대한 손에 대지 않았었는데, 정말 우연한 기회로  외국 작가의 소설을 접한 이후로  작가의 단행본 20 가량을 내처 읽기 시작하였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밤낮으로 틈만 나면 읽었던  같다. 그러다가 한국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외국 작가가  번역본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번역본은 아무래도 스토리 위주일 수밖에 없는데, 국내 소설은 모국어로 쓰였기 때문에 문구 하나하나가 작품이었다. 어떻게 이런 묘사를 통해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할  있었는지, 이래서 소설가를 예술가라고 하는구나를 깨달았던 순간이 있었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나는 작가의 생각이 허구없이 담긴 산문집도 좋아하는데, 특히나 작가 중에 소설과 산문을 고루 쓰는 작가들의 산문집은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으면서도, 표현적으로는 소설만큼 유려해서 독자로서의 만족도가 컸다. 요샌 이러한 책들에 또다시 손이 가고 있다. 그때 느꼈던 그 감동을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떻게 느낄지. 그때보다 시간이 흐른 만큼 조금은 더 성숙해져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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