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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부꾸미 Nov 13. 2022

아침형 인간의 배고픈 새벽

주말 아침 카페 오픈 시간을 기다리며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 스타일이다. (주위에서는 할머니 같다고들 하지만.) 심지어 평일부터 주말까지 취침과 기상 시간도 같다. 스스로는 나름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주말에도 기상 시간은 어김없이 6시 반, 취침 시간은 10시 전후. 물론 약간의 오차는 있다. 특히 기상 시간. 요즘은 날이 추워지는 계절이라 6시 반에 알람이 울릴 때까지 꼬박 자게 되지만, 평상시에는 5시 반쯤이면 눈이 떠진다. (10시에 누우니 그럴 만도 하다.) 일찍 잠자리에 누우니 저녁도 최대한 일찍 먹는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눈을 뜨면 일찍부터 배가 무지하게 고프다.


나와는 달리 남편은 아침잠이 많다. 그런데 나와 취침 시간은 똑같고 일어나기만 나보다 늦게 일어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본인 말로는 수면의 질이 낮아서 그렇다나. 그리고 또 그래 봤자 주말에 8시, 9시에 일어나는 건데 아침잠이 많다고 치부되는 건 억울하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주말에도 5시 반부터 일어나서 남편이 잠에서 깨기를 기다린다. (요새는 6시 반)

보통은 유산균 하나를 챙겨 먹고 요가매트를 편 뒤, 아로마 스틱에 불을 붙이며 스트레칭을 한다. 그러다 보면 금세 배가 고파진다. 뭐라도 먹고 싶지만 주말 아침을 남편과 같이 챙겨 먹기 위해서는 또 많이 먹을 수는 없다. 대부분은 간단히 과일이나 요거트를 조금 먹으면서 기다린다. 과일도 바나나나 감 같이 빈 속에 먹으면 좋지 않다는 종류가 있어서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음식에 제한이 많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커피 생각이 간절하지만 모닝커피는 빈 속에 먹으면 안 된다고 하길래 꾹 참는다. 게다가 또 식사를 하고 최소한 삼십분 뒤에 커피를 마셔야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하니, 세상에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또 하나 아침형 인간이자 커피 중독자에게 주말이 가혹한 이유는 대부분의 카페가 주말에는 오픈 시간이  늦다는 사실이다. 평일에는 7시 반, 8시에 오픈하던 카페들도 주말에는 9시, 10시로 오픈 시간이 늦춰진다. 심지어 요새 출근 전에 거의 매일 들르는 나의 (요즘) 최애 카페는 주말에는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 같은 커피 인간은 네이버지도를 뒤지고 뒤져 주말 영업시간이 가장 빠른 카페를 찾아낸다. 그게 그나마 8시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남편이 7시쯤 일어나 8시 전에 외출 채비를 마쳐서 8시에 딱 카페에 들어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기에 혼자 조용히 나가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오거나, 아니면 남편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느지막이 카페에 간다.

도저히 커피 수혈 욕구를 참기 어려운 아침에는 나갈 채비를 마치고 7시 55분에 집에서 튀어 나간다. 다소 민망하지만 7시 59분에 키오스크를 부팅시킬 때부터 지켜보고 있다가 8시가 되자마자 다가가서 테이크아웃 카페라떼를 주문한다.(빈 속엔 무조건 카페라떼!)

주말 오전에 카페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을 포기할 수 없을 때에는 남편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좀 더 늦게 오픈하는 카페까지로 방문의 선택지를 넓힌다. 카페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에 긴급한 수혈 욕구만 참는다면 이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영업시간이 맞지 않아 평일 아침에는 방문할 수 없었던 카페들은 주말에밖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느 카페에 가서 새로운 커피를 맛볼까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번 주말에도 오매불망 남편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며(혹은 대체 언제까지 자나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며),  오늘은 몇 시쯤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시계와 안방 문을 번갈아가며 째려보다가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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