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으로 상황을 읽어내는 힘이 삶을 밀어준다

by 맘달

가끔, 나는 깨비시장에 간다. 왠지 모르겠는데 구경삼아 한 바퀴 돌고 나면 기분전환이 된다.


엄마 직장이 명동에 있었다. 엄마가 그 근처 도깨비 시장에서 사 온 물건들이 어린 내 눈에는 예쁘고 마냥 신기해 보였다. 60~70년대에는 해외여행도 금지되고 해외직구란 게 없던 시절이라 도깨비방망이 뚝딱 쳐서 나오는 것에 빗댄 거겠지, 어린 나는 도깨비시장이 늘 궁금했다.


요즘은 인터넷구매가 더 싸고 더 이상 특별한 것도 없는데도 나는 발품을 판다. 예쁜 사람을 보면 눈이 가는 것처럼 물건도 그렇다. 예쁘면 갖고 싶지 않나, 순간 혹하면 지갑을 열지 않고는 못 배긴다. 여름용 가재수건, 독특한 디자인의 가죽 파우치, 레이스양말, 손잡이가 달린 안경집, 손톱만 한 휴대용 가위, 120ml짜리 초미니 텀블러..... 등등 그동안 내가 사들인 물건도 상당하다. 쓸모보다 예쁨에 꽂히는 나, 어쩜 좋아.


친구가 내 파우치에 들어있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보고 이런 걸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고 얼마 전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샀다고 대답했다. 친구가 내친김에 한번 가보자고 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면서. 마침 우리가 만난 장소가 명동이라 걸어가면 금방이라, 그래, 가보자.


저거 예쁘지, 저거 괜찮아 보인다,라며 좁은 통로를 지나는데 어느 가게 주인이 이런다. 예쁘다고만 하면 살 사람이 아닌데,라고. 내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오늘은 친구를 데리고 왔을 뿐 난 아이쇼핑만 할 거란 걸. 그럼, 살 사람은요? 하고 내가으니 툭 내뱉는 말. "물건을 살 사람은 가격을 물어보지 예쁘다고만 하지 않지. 이미 예쁜 걸 아니까...."

맞다, 맞아! 살 마음이면 얼마예요 묻겠지. 혹한 것을 집어오려면 가격흥정을 해야지, 장사 한두 번 해봤냐고, 이런 손님 저런 손님 다 겪어봐서 아는 거지.


'촉'이구나!


MBTI로 말하면 촉이 발달한 사람은 주로 N(직관형)으로 전체적인 흐름이나 맥락을 이해하는데 강한 편이다. S(감각형)도 디테일에 강하고 관찰력이 좋기 때문에 결이 다른 '촉'이 있다. 굳이 어떤 틀을 들이대지 않아도 '촉'은 오랜 경험에서 얻어진 무의식적 배움다. 장사로 인해 생긴 상인의 '촉'은 다시 장사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면서 순환한다.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창밖 풍경을 내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감각적으로 터득한 '촉'이 있어 저마다의 삶을 앞으로 밀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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