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 너를 아껴줄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

by 맘달

"225(mm) 있어요?"


다고 해서 나는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직접 신어보란다. 마침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색상의 메리제인이 있다. 발등에 스트랩이 있고 앞코가 둥글면 걷기 편한 디자인이다. 치수가 맞아도 발볼이 작아 발등을 고정하는 끈이 있는 게 좋다. 간혹 깔창을 덧대야 할 때도 있는데 좋을 것 같아도 막상 신고 다니면 불편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 고르고 신어본 것은 여러모로 합격이다. 옳거니, 바로 이거야.


첨벙첨벙한 신발은 이제 안녕. 헐겁게 흔들리거나 스르륵 끌리는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이제 내 발을 아껴줘야겠어. 최근에 친구는 족저근막염이라고 스타일 구기는 기능성 신발을 사서 신었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난 그러기 싫거든. 안 그러려면 발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될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을 늘려주는 스트레칭 방법이 나온 유튜브 영상을 친구에게 보내고 나도 따라 하고 있어. 나란히 걷기를 좋아하는 친구의 발건강을 생각하다가 나도 내 발을 들여다보는 순간 미안한 거야. 걷는 게 낙樂인데 발이 받쳐주지 않으면 난 어해.


근래 들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비싸다고 다 좋은 신발은 아니지만 비싼 신발이 잘 만들어지고 편한 건 무시할 수 없는 팩트다. 막상 발을 위해 투자하려니까 망설여지는 것도 팩트다. 신을 때는 가격에 상관없이 살 것 같아도 막상 가격을 보니 실망스러웠다. 가격이 사악해서 살까 말까 망설여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매장으로 따라 들어온 남편이 좋아 보인다고 사라면서 카드를 내밀었다. 유난히 신발에 집착하는 날 타박하던 사람이 웬일로. 얼씨구나. 신던 신발은 버려달라고 하고 새 신발을 신고 나왔다. 매장밖에서 기다리던 아이들한테 남편은 너희 엄마는 신발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날은 둘째가 가족외식하자고 여의도로 불러내 밥 먹고 소화시킬 겸 구경삼아 쇼핑몰에 들렀던 건데 졸지에 득템 했다. 생일도 아닌데 생일 같았다.


아무리 예뻐도 맞는 사이즈가 없으면 끝. 유행하는 신발을 신고 싶어도 마음대로 신지 못하는 결핍이 나를 신발매장을 서성이게 만들었다. 225mm 있느냐 없느냐가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조건이었다. 저희 신발은 230부터 나온다고 하면 두 말 않고 돌아선다. 대부분 평균 사이즈 위주로 출시되는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평균을 벗어나면 금방 불편해진다. 언뜻 생각해 봐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콩쥐이야기의 꽃신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 같은데 평균키가 커지는 만큼 발도 커지는 추세라나.


60년 고생한 것에 비하면 내 발은 예쁜 편이다. 아직 건강하다. 곱게 늙었다. 앞으로 깔창 없어도 되는 제대로 된 신발을 사서 신을 생각이다. 속마음을 알았든 몰랐든 마음에 드는 편안한 신발을 사줘 고맙다. 한동안 잘 신을 것 같다.


발, 그동안 고생했어, 이제 너를 아껴줄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