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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달 Oct 15. 2024

친구하고 숲 속에서 반나절

과천대공원

우리 만나, 당장 만나.


"나와, 우리 대공원 가자."


"좋지, 쏘댕기는 건 무조건이야."


부부 금실 좋은 친구는 퇴직한 남편하고 노느라 소식 뜸했는데, 남편이 며칠 고향 내려간 사이 같이 놀자고 불러냈다.



'재밌고 털털한 친구야, 무조건이야.'






"거기 먹을 데가 없어. 내가 김밥 사갈게."


"그래, 난 과일이랑 커피 타올게."


그렇게 번개 쳐서 과천대공원에 가서 걸었다.





대공원 입구.


'여기는 확실히 다르네, 단풍 들겠네.'


"나, 가방 무거워. 여기서 좀 먹고 가자."


대공원 초입부터 자리 잡았다. 집에서 손수 내려온 라떼는 알겠는데 일회용 컵이 없다고 아예 에스프레소 커피잔을 잔받침가까지 들고 왔다.


푸하하.

크크.

킥킥.

하하.



'이건 일주일치 웃음이야. 호호.'

"잠깐! 먹기 전에 기념사진 찍어야지."



'난 이 사진 볼 때마다 널 생각하고 웃게 될 거야.'



다리 쉼.


가을분위기 물씬한 곳에 앉아 다리 쉼. 김밥 먹고 또 커피 한잔했다. 앉을 데가 많아서 좋고 소음이 없어서 좋다면서, 우리 둘 수다스럽다. 미안하지만 나무들을 귀 따갑게 만들고 말았다.

"나 대한민국 검찰, 정말 싫어. 그렇다고 멀쩡한 걸 내다 버릴 수도 없고. 안 보이니까 다행이지."




청계저수지.


여기 주변은 구절초군락지도 있고 잔디쉼터도 있는데 호수멍, 하늘 멍하기 명소다. 하늘이 한몫 거든다.




동물원 둘레길.


미술관 옆으로 빠졌다.

앞으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기 좋은 숲이 펼쳐지고 위로는 스카이리프트가 지나간다.

"저 나무 좀 봐."


"어머나, 멋지다. 저 하늘도 봐봐."





숲 속 저수지.


"이런데 가 있었어?"


"그래, 있었어."



'난 여기 여러 번 왔었어. 힘들 때 혼자 와서 울다 갔거든... 그런 때가 있었어.'

"우리 여기 앉았다 가자. 너무 좋다."


"우리 유럽 어느 나라에 온 것 같다, 그렇지."



'너랑 오니까 좋다. 오늘 여기 오자고 한 거 탁월한 선택이었어.'

동물원 둘레길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길이지만 우리는 두 배 넘는 시간을 숲에서 보내고 헤어졌다. 만나면 즐거운 친구와 보낸 반나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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