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있는 나무들은 주위의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살균물질인 피톤치드를 공기 중에 또는 땅 속에 발산하며, 그 주성분은 휘발성이 있는 테르펜 계통의 유기 화합물이다. 산림욕에 중요한 이 피톤치드는 쳔연물질로 인간의 신체에 무리 없이 흡수되고, 항균-소취-진정-스트레스 해소작용이 뛰어나다."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 안내팻말에 적힌 것을 옮긴다.)
서울시 최초의 시범사업으로 조성한 편백나무 숲에 들어서다.
편백나무는 살균작용이 뛰어나고, 내수성이 강해 도마로 사용하는데 나는 아니고, 편백큐브를 베갯속으로 넣어 사용하는 정도다. 탈취, 방향, 제습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효능을 믿고 계속 쓰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경계에 있는 봉산烽山(209m)에 편백나무 숲이 있다고 가보자고 해서 따라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데가 있었다니. 매번 느끼지만 서울 계속 살아야 할 곳이다, 나이 먹었다고 뜨지 말고.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숲.
숲 속 나무 계단길이 S라인, 가지런하고 날씬하다.
가을 느낌 물씬.
보기 좋게 쭉쭉 뻗었다.
지름 2m, 높이 40m 크기로 자란다는데 아직 어리다. 젊다.
2014년~2017년까지 12,400주를 7ha에 조성했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편백나무 꽃말은 '기도'
편백나무도 꽃이 핀다는데, 본 적은 없다.
편백나무의 사촌쯤 되는 나무가 측백나무다. 성당에서 성지주일에 나눠주는 잎(聖枝)이 측백나무인데 별사탕 모양의 열매가 달리고 같은 비늘잎이라는 것만, 비슷해서 차이를 잘 모르겠다.
다 와가는 전망대.
새절역에서 올라올 때 이정표로만 보고 지나친 숭실고등학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제 강점기 신사 참배거부로 강제 폐교되었던 학교로 유명한데 평양에서 여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자리 잡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검색해서 알아보면 될 일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무 보러 왔고 전망대에서 탁 트인 시야로 '치유받으러' 온 거니까.
봉산전망대.
언제 봐도 늠름한 북한산,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끊기지 않고 능선이 이어져 온전히 드러난다. 손을 뻗어 북한산을 더듬어보면 살살 올라갔다 살살 내려오는 부드러운 곡선이 그려진다.
이렇게 북한산에서 남산까지 한눈에 드러나니까 봉수대를 놓았겠지. 남산앞쪽에 안산 봉수대가 솟아있는 게 보인다. 이곳에서 불을 피우면 안산에서 남산까지 이어졌겠구나,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야트막한 산이지만 봉수대를 보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건 다음으로 미뤘다. 숲에서 머무는 게 좋아서 그냥 그러자고 했다. 탁 트인 전망대만으로도 만족, 여기가 해맞이 명소라는 말이 실감 났다. 언젠가 해 맞으러 가고 싶을 때 이곳이 생각나려나. 생각나면 다시 한번 오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