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는 내 나이가 많아서 임신이 안 되는 거라며 조바심을 냈었다.
유명하다는 한의원에도 데리고 가 약도 지어 주셨다.
결혼 2년 만에 임신을 했다.
가족 중 엄마 외에는 임신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기쁨보다는 얼떨떨한 마음에 그토록 임신을 기다린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마침 전주 외갓집에 가 계셨다.
챙겨주는 신랑이 있으니 자신은 없어도 되지 않겠냐며 더 있다가 올라오시겠단다.
좀처럼 서울을 안 떠나시는 분인데 멀리 가 계신다 하니 또 더 있다 오신다 하니 이상하고 서운했다.
정말 기뻐할 줄 알았는데...
엄마와의 안 좋은 관계가 내가 딸이어서 그런 것 같아 난 아들을 낳고 싶어 했다.
하지만 딸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다.
서툰 살림은 매일 해도 늘지 않고 피할 수 없는 육아는 해도 해도 모자랐다.
신랑은 새로운 직종으로 직업을 바꿔 더 바쁘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래서였는지 엄마와의 관계도 극에 달하게 안 좋았다.
엄마 같은 엄마가 될까 봐 무서웠다.
내 딸이 나처럼 엄마를 미워할까 봐 무서웠다.
난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랑을 내 자식에겐 줄 수 있을까? 걱정됐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식을 엄마는 왜 그렇게 키웠을까?
막상 엄마가 되어도 엄마가 더 이해가 안 됐다.
혹시 아직 이해할 준비가 안 되었던 걸까?
이때는 누군가를 원망해야 나의 힘듦을 버틸 수 있었던 걸까?
엄마
이 단어만 떠오르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런데 나를 엄마라 종일 불러대는 아이가 생겼다.
엄마같은 엄마가 되지 않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