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한 1인 가구의 생활 #18
어느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뒤처진 것만 같았다
세상 누구를 보아도 나보다는 앞서있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해도 초조함을 느꼈다
잘 되는 것이 없이 새로운 건 어려웠다
연애를 하지 않고 일을 하는 삶
일마저도 많지 않은 삶
돈이 없는 삶, 옷을 버린 삶
가진 것이 없다
없기를 바라서 버렸는데
버리고 나니 이래도 괜찮은가 싶고
가볍게 사는 게 좋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엄마아빠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다
버려짐 당한 기분이 이런 것인지
옷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볼 수가 없다
보일러가 돌아가고 난방비 올라가는 소리
잘그락 잘그락 통장 안에 만져보지 못한 동전은
벌써부터 다음 달에 빠져나갈 준비
오늘 나간 난방비, 안도와 한숨
살아있음이란 엄연히 비용이며
그러나 죽는 순간에 푼돈도 되지 못할 숫자를 지우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은 살아있지 않음이다
시간과 생명과 존중과 사랑을 계산하고 고의로 혼동하는 사회가 싫다
이런 말을 하는 게 낡아가는 거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그래서 나도 옷을 버린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