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고, 딛고 일어서면 디딤돌이라고 한다. 여의길상(如意吉祥). 길하고 상서로운 것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원효 스님이 어두운 동굴에서 자다가 해골바가지에 고여 있는 물을 엉겁결에 모르고 들이킨 다음 날 기절초풍하면서 깨달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만사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이 말은 마음먹은 대로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아니라,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뜻한 대로 이루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자의 마음 심(心)은 심장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흔히 골프에서도 스코어를 망치는 5가지 마음으로 늘 조심해야 하는 욕심(慾心),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의심(疑心), 불안해하는 소심(小心), 잘 나갈 때 찾아오는 방심(放心) 그리고 어렵고 힘들 때 오는 상심(傷心)을 일컫는다. 골프를 특히 멘털 게임이라고 하는데 어찌 골프만 그러하겠는가. 살아가면서 이런 여리고 흔들리기 쉬운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늘 어려움을 겪는 것을.
“당신의 인생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당신이 끌어당긴 것이다. 당신이 마음에 그린 그림과 생각이 그것들을 끌어당겼다는 뜻이다. 강하게 원하면 자석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끌어당기는 힘이 작동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바라보는 가장 쉬운 관점은 나 자신을 자석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시크릿』 중에서, 론다 번〉
우리는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하루도 또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 자유롭고 / 행복하고 / 사랑이 함께 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고, 오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좋은 시간이 되길 간절히 희망합니다.’라고 내 마음에 그린다면 그렇게 그리는 모습대로 오늘 하루도 살아갈 것이다.
“궁하면 통하고, 통하면 변하고, 변하면 오래간다.”(窮卽通, 通卽變, 變卽久 궁즉통, 통즉변, 변즉구)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에 집필한 주역에도 나오는 말이다.
골프투어 선수 생활하는 자녀 못지않게 매 순간 절박하고 안타깝기는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2020년 딸이 KLPGA 정규리그 마지막 한 대회를 남기고 상금순위 60위 내에 들어야만 그 지옥의 레이스라는 시드 전을 거치지 않고 내년도 시드권이 확보가 되는 상황에 놓였었다. 코로나로 인해 갤러리가 통제된 상황이라 대회장에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던 나는 불안하고 궁(窮)한 마음(소심 小心)에 인근 강화도 마니산으로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 기(氣)가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그곳에 가면 무언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시드권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기에. 상금순위 60위에서 탈락하면 시드 전에서 다시 통과하면 되지만, 그게 결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하여튼 이런 기회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딸은 현재 스코어만 유지해도 무난하게 시드권을 확보할 수 있는데 뒤에서 치고 올라오는 대여섯 명의 선수들에게 따라 잡히면 그것이 어렵게 된다. 예전에도 유사한 상황에서 60위의 벽을 넘지 못한 사례가 있어서 더 초조하였다. 대회 최종일이라 컷오프 선상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초긴장 상태였다. 반드시 현재 순위를 유지해야 하는 딸과 절박하게 따라붙는 선수들. 딸은 처음부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전반에 보기만 4개. 뒤따라오는 61위 선수는 실수도 없이 파 플레이만 계속하고 있었다.
마침내 나는 마니산 정상에 올라섰다. 바로 스코어를 확인해 보니 딸이 막 버디를 했다. 마니산의 기운 탓인가. 하산(下山)하기가 망설여졌다. 3개 홀을 지나는 동안 파 플레이로 계속 잘하고 있길래 그때서야 비로소 하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려오자마자 성적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대로면 시드권 확보가 어려워진다. 이제 마지막 홀까지 왔다. 거의 포기상태였다. 그런데 바로 앞서가던 선수가 마지막 홀에서 실수를 해버렸다! 벙커에 들어가면서 보기를 한 것이다. 그 선수도 얼마나 긴장했겠는가.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던 딸은 마지막 홀에서 파로 잘 마무리를 하였다. 마침내 상금순위 60위로 2021년도 시드권을 확보하였다. 마치 우승한 것과 같이 기뻤다. 물론 마지막까지 추격해 오던 그 선수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상금순위 61위였던 그 선수도 이후 시드 전에서 시드권을 확보하였고 이듬해인 2021년에 상금순위 60위였던 딸의 첫 우승에 이어서 마침내 첫 우승까지 하였다! 궁(窮)하고 절박했던 순간들을 잘 극복한 상금순위 하위권의 이들이 마침내 통(通)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는 살다 보면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수없이 탄다. 때로는 엄청나게 궁(窮)해서 도통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대책 없이 주눅들은 자신감은 마냥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 때도 있다. 심지어 자신조차 믿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온 나 자신을 믿어보자. 나까지 나를 믿지 못하면 어느 누가 나를 믿어줄까. 그러면 그 순간에 몰입하여 최고의 역량을 최선을 다해 뿜어낼 수 있으리라.
2만 피트 상공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공수 훈련을 받는 군인들은 예비 낙하산도 당연히 착용하고 있지만, 등에 매달려있는 주 낙하산이 제때 제대로 펼쳐질 것이라고 반드시 믿는다. 아니 믿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심(安心)하고 뛰어내릴 수 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막막한 창공에서 오로지 내 낙하산만 믿고 용기를 내어 허공에 내 몸을 던지는 마음으로 인생이나 필드에서도 무조건 나를 믿어보자. 궁(窮)하면 궁(窮)할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프로선수나 일반 아마추어들도 필드에서 내 뜻대로 안 된다고 좌절하거나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끝까지 나를 믿어보자. 적어도 나만은 나를 배신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마음 ‘심’(心) 자에 믿음의 막대기를 꽂으면 반드시 ‘필’(必) 자가 된다고 한다. 원효 스님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깨달은 것처럼 절박하고 간절하게. 반드시(必) “나는 나를 믿는다!”라고 오늘도 힘차게 외쳐보자.